“예수님 전하는 소명의 몸짓, 공연 연습하면서도 은혜받죠”

오는 14일 ‘발레로 만나는 메시아’ 무대 올리는 신은경 이화여대 교수

신은경 이화여대 무용과 교수가 지난달 27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연구실에서 오는 14일 공연되는 작품 ‘발레로 만나는 메시아’를 설명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매일 오전 7시30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체육관에는 이화발레앙상블 소속 무용수 40여명이 모인다. 오는 14일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리는 작품 ‘발레로 만나는 메시아’를 위해 지난 6월부터 매일 연습하고 있다. 무용수들은 예수, 베드로, 구레네 시몬, 막달라 마리아, 사마리아 여인, 유다 등 각자 역할을 분석하고 동작, 눈빛 등 세밀한 부분까지 점검하며 구슬땀을 흘린다.

신은경(63) 이화여대 무용과 교수가 이끄는 앙상블은 이화여대 무용과 재학생 및 졸업생으로 구성돼 있다. 베드로 역을 맡은 이는 아이 셋을 둔 엄마다. 무엇이 이들을 이곳으로 이끌었을까. 학생 주부 직장인 등 삶의 모습은 다양하지만 이른 시간을 떼어 하나님께 드리는 이유는 하나다. 복음을 전하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몇 달간 함께 연습하며 믿음의 교제를 하는 이들은 연습 기간만큼 주님과의 관계도 깊어진다.

신 교수는 2003년부터 이 작품을 매해 무대에 올리며 복음을 전하고 있다. 공연은 이화여대 총동창회 선교부, 이화발레앙상블, 이화여대 무용과 주관으로 진행된다. 지난달 27일 이화여대 연구실에서 만난 신 교수는 “올해 15번째 무대는 1회부터 공연한 무용수 등이 참여하는 정예 부대의 공연으로 보시면 된다”며 “졸업생들이 자신의 사명과 부르심을 깨닫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이들의 깊은 신앙고백과 같은 무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무용수들이 모두 크리스천은 아니지만, 메시아 공연을 통해 예수님을 만남으로써 변화된 제자들이 무수히 많다고 했다. 목회자 사모가 된 스태프도 있다. “공연 후 제자들의 간증을 들을 때마다 놀랍고 감사합니다. 함께해 준 제자들이 없었다면 메시아 공연을 15년 이상 지속할 수 없었을 겁니다. 제자들이 너무 자랑스러워요.”

신 교수는 2002년 12월 이화가족 예배의 기도 모임에서 한 동창의 제안으로 이 작품을 시작했다. 예수의 탄생, 수난, 부활까지 그린 헨델의 ‘메시아’는 전 세계적인 성탄 공연문화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메시아’ 합창 공연이 많은데 무용 공연은 없었다. 신 교수는 말씀을 보고 기도하면서 매해 작품을 재구성한다. 같은 이야기이지만 음악, 안무 등에 매년 변화를 주면서 관객들이 새롭게 다가가도록 한다.

지난해 5월 이화여대에서 열린 14번째 메시아 공연 장면. 이화발레앙상블 제공

올해 작품에서는 골고다 언덕에서 예수님 대신 잠시 십자가를 진 구레네 시몬을 세밀하게 표현했다. “요한복음에 구레네 시몬 이야기가 나옵니다. ‘왜 내가 저 십자가를 져야 하지. 저분(예수님)이 누구지’라고 생각했을 법한 시몬의 모습을 그렸어요. 예술이기에 상상할 수 있는 부분이죠. 성경에서는 시몬이 억지로 십자가를 졌지만, 하나님의 은혜를 받았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우리 삶도 비슷한 것 같아요. 각자 자리에서 선교하고 전도한다고 하지만 쉽지는 않은 일이잖아요. 어려운 시기에도 소망을 잃지 않아야 하는 것은 주님이 우리와 함께하시기 때문이죠. 예수님의 중보기도, 최후의 만찬, 사탄의 공격 등 인상적인 장면이 많아서 하나만 꼽을 수는 없네요.”

6세 때 어머니의 권유로 무용을 배우기 시작한 신 교수는 무용할 때 가장 즐겁고 활발했다. 그의 소질을 알아본 스승과 가족의 지원 덕분에 1974년 이화여대 무용과에 진학했다. 동 대학원 석·박사 과정을 마친 후 92년부터 전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신 교수에게 어떤 무대가 가장 특별했을까. 세종문화회관 등 큰 무대에도 많이 섰지만, 선교를 위해 오지에서 준비한 무대들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인도 돌밭에서 하늘의 별을 보며 공연한 무대를 잊을 수 없었어요. 무대는 선교사님이 성경을 가르치는 곳이었죠. 무용수들은 조명이 없어 휴대전화 손전등으로 옷을 찾으며 공연했어요. 에티오피아 보육원 아이들을 위해 벌레가 많은 잔디밭에서 공연한 것도 특별했죠. 하나님을 직간접으로 전하는 공연을 통해 누군가가 변화되는 모습을 볼 때 많은 보람을 느껴요.”

신 교수는 증조할아버지, 외할아버지가 목회자인 가정에서 자랐고 지금은 은퇴한 엄명구 목사의 아내다. 무대에서 항상 자신이 드러나야 하는 무용수였지만 결혼 후, 사모로 다른 이를 섬기는 훈련을 받았다. 개척교회를 섬기며 한 영혼의 귀중함을,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생각하는 모습도 갖게 됐다. 외모가 아닌 중심을 보시는 주님의 마음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신 교수의 마지막 소원은 주님을 증거하는 전도자다. “예수님의 마지막 명령처럼, 전도서 1장 2절 말씀처럼 은퇴 후엔 더욱 전도자의 삶을 살고 싶습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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