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5일 청와대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접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중국이 적극 지원해 달라고 당부했고, 왕 국무위원은 “대통령의 중요한 의견을 잘 청취해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보고하겠다”고 했다. 서영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5일 청와대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나 “핵 없고 평화로운 한반도라는 새로운 한반도 시대가 열릴 때까지 중국 정부가 지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주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력 사용 가능성’을 언급하자 북한이 “우리도 상응 행동을 가할 것”이라고 맞받아치는 등 북·미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부터 1시간 동안 왕 국무위원을 접견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지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을 위한 프로세스가 중대한 기로를 맞고 있다”며 “한·중 양국 간 긴밀한 대화와 협력은 동북아 안보를 안정시키고 세계 경제의 불확실한 상황을 함께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왕 국무위원에게 전쟁 불용과 상호 안전보장, 공동 번영의 한반도 비핵화·평화 3대 원칙을 설명했다. 또 비무장지대(DMZ) 국제평화지대화 제안에 대한 중국 측의 관심과 지지도 당부했다. 왕 국무위원은 최근 한반도 정세가 어렵지만 한반도 비핵화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건설적 역할을 지속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왕 국무위원의 방한은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해 한·중 갈등이 불거진 이후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왕 국무위원에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한국 국빈방문이 빠른 시기에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뜻도 밝혔다. 시 주석은 박근혜정부 때인 2014년 7월 국빈방문한 이후 한국을 찾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의 국빈방문이 내년 조기에 이뤄져 양국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더욱 내실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 당국자는 기자들에게 “중국 측은 내년 상반기 시 주석이 한국 초청에 따라 국빈방문하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달 말 중국 청두에서 열릴 예정인 한·중·일 정상회의에 대한 기대도 드러냈다. 왕 국무위원도 “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잘 준비해 한·중 관계 발전과 한·중·일 3자 간 협력도 잘 추진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왕 국무위원은 중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는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발언도 했다. 그는 “현재 국제 정세는 일방주의와 강권정치의 위협을 받고 있다”며 “한·중 양국은 이웃으로서 제때 대화와 협력을 강화해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수호하고 기본적인 국제 규칙을 잘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 국무위원은 문 대통령을 예방하기 전 한국 내 ‘우호 인사’들과의 오찬에서도 “냉전 사고방식은 진작 시대에 뒤떨어졌고 패권주의 행위는 인심을 얻을 수 없다”고 미국을 비난했다. 그는 “온갖 방법을 써서 중국을 먹칠하고 발전 전망을 일부러 나쁘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그 배후에는 이데올로기 편견도, 강권정치의 오만도 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후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도 “사드는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만든 것이며, 미국이 만든 문제로 한·중 관계에 영향을 줬다”고 지적했다.

박세환 최승욱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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