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총체적 난국이다. 거래 자체가 적어 ‘곡소리’는 크지 않지만 서울·수도권 집값은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상승 중이다.

“집값이 안정되고 있다”는 대통령과 “(부동산 정책이) 마지막 고비에 다다랐다”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부동산 안정화를 자신하는데, 집을 알아보는 실수요자들은 전혀 체감을 못하는 동상이몽(同床異夢) 국면이 길어지고 있다.

이번 주 한국감정원, 부동산114 등 각 기관의 시장조사에 따르면 서울 집값은 24주 연속 올랐다. 6일 KB부동산 리브온 주간동향에서도 서울(0.25%)과 경기(0.08%)가 이끌고 대전(0.31%), 부산(0.15%) 등 5대 광역시(0.12%)가 뒤를 받치면서 전국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9% 올랐다.

최근 상승 국면은 강남구(0.82%)와 양천구(0.54%), 영등포구(0.40%) 등이 주도하고 있다. 강남구는 대치동, 개포동, 도곡동, 역삼동 등 관내 주요 지역이 전부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고, 고가 매수에 대한 대기수요도 여전하다. 양천구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에서 목동이 제외되면서 목동신시가지아파트 단지는 물론 일반아파트까지 매수문의가 확산돼 지난 주말부터 매물이 거의 다 소진된 상태로 전해진다.

상한제와 유동자금 중가의 풍선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경기 일부 지역 급등세도 서울 못지 않다. 수원 영통(0.62%), 과천(0.47%), 성남 중원(0.35%)·분당(0.27%) 등이 상승세를 이끌었다.

최근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원에 육박한 가운데 전체 가격 중간값인 9억을 웃도는 아파트는 2017년 말 대비 65.1%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114의 서울 아파트 125만2840가구에 대한 시세 조사 결과 지난달 15일 기준 9억원 이상 아파트는 총 44만2323가구로 2년 전 26만여 가구와 비교할 때 증가폭이 매우 컸다.

지난해 말(26만7937가구)과 비교했을 때도 1년 사이 15%가 넘게 늘어나는 등 집값이 하향안정화로 가고 있다는 정부 설명이 무색한 수준이다. 9억원 이상 아파트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서초구와 강남구로 각각 92.3%, 92.1%였다. 이어 용산구(82.4%), 송파구(71.9%), 광진구(55.5%), 성동구(49.7%), 마포구(46.5%), 강동구(45.5%), 중구(45.2%), 양천구(45.1%) 순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내년 초까지 이 같은 상승추세가 견조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정부의 부동산 거래 집중 단속과 각종 규제 여파로 매매는 물론 전세 매물도 품귀현상을 보이는 등 시장 내 거래절벽 조짐이 확산되면서 집값 상승 지속에 대한 우려와 투자 조급증을 동시에 키우고 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내년에도 올해만큼은 아니겠지만 9억원 이상 아파트들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서울은 하락 요인보다 상승요인이 우세한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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