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의 전달’이 ‘신뢰의 철회’보다 어렵다고 한다. 리더십이나 경영학 관련 서적에선 리더십의 정점에 있는 사람이나 기업 CEO의 신뢰 경영을 강조하며 이런 취지의 내용이 자주 나온다. 신뢰하고 있다는 진정성을 아랫사람 또는 다른 이에게 인식하게끔 하는 게 어렵다는 뜻이다. 이를테면 경영진이 자신들을 간섭하거나 감독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감지토록 하는 것, 개성 발현과 창의적 사고를 존중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 등이 신뢰 경영의 핵심이라고 한다.

반대로 꼼수로 대하거나, 진정성 없이 자기 이익과 편리함만을 위한 행위를 한다면 상대방이 신뢰를 접는 건 쉽다는 뜻이기도 하다. 신뢰의 철회는 순식간이라는 거다. 그러니 신뢰가 철회된 상태에서 다시 신뢰를 전달해 복원하는 게 얼마나 어렵겠나.

신뢰가 없어지면 신뢰가 없어진 원인을 지적하거나 항의하는 방법이 있고, 아예 떠나버리는 방법이 있다. 기업이라면 소비자들이 제품을 사지 않을 수 있고, 정치라면 지지를 철회하거나 선거에서 반대표를 던지면 된다. 기업은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해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제품을 개선할 수 있고, 정당이나 정치인은 유권자들의 이익과 신념,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정책 추진의 강도를 조절하거나 변경을 할 수 있다. 어떤 경우든지 쌍방 소통이라는 과정이 먼저 필요하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이 과정에서 부정과 비판은 현실 진단의 더할 나위 없는 묘약이 된다. 그러므로 기업 CEO나 정치지도자는 긍정을 향한 부정이나 낙관을 위한 비관을 언제든지 환영할 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 어떤 상황에 이르렀는지, 지금 현실이 어떤 것인지, 냉철하게 파악하지 않으면 출구전략도 마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수 세력은 박근혜 대통령 시절의 국정농단으로, 진보 세력은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반에 터진 조국 사태와 어떤 막장 드라마인지 감도 안 잡히는 선거 개입·감찰 무마 의혹으로 신뢰를 철회했거나 철회하려 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다시금 신뢰 전달 행위를 해야 할 텐데 도무지 전달할 자세가 안 돼 있는 것 같다. 둘 다 성찰이나 반성, 최소한 반성해보겠다는 태도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상대방이 틀렸고, 상대방에 대한 증오심과 적개심만으로 선거를 치르려작정한 이들처럼 보인다. 다른 어떤 상황이 발생할 필요충분조건이 형성되고 있는 것인가.

김명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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