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비나이

지난 10월 런던은 때아닌 국악 열기로 후끈했다. 영국의 대형 음악 기획사 ‘시리어스’와 한국문화원이 공동주최한 K-뮤직 페스티벌의 첫 주자로 나선 잠비나이 공연은 사우스뱅크 센터 퍼셀룸을 전석 매진시켰고 이어진 박지하(17일), 블랙스트링(18일), 신박서클(29일) 공연 또한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열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잠비나이는 이후 맨체스터, 버밍엄 등 영국 투어를 시작했다. 블랙스트링 또한 베를린 필하모니 홀과 파리 국립 기메 동양박물관을 돌며 유럽 투어를 이어갔다. 내년에는 LA와 샌디에이고 등을 경유하는 대대적인 미주투어가 예정돼 있다.

블랙스트링

이들의 투어는 모두 대관이 아닌 공연장들의 초청으로 이루어진 기획 공연이었다. 이런 반응은 그들의 앨범에 대한 글로벌적인 호응이라 볼 수 있다. 그동안 영국 글라스톤베리, 프랑스 헬페스트, 덴마크 로스킬데 등 세계 유수의 음악 페스티벌을 섭렵해온 잠비나이는 올해 세계 최고의 인디 레이블 벨라 유니온과 계약을 체결, 3년 만의 신보 ‘온다(ONDA)’를 발매했다.

블랙스트링 또한 아시아 그룹 최초로 독일 재즈 레이블 악트에서 출시한 1집 ‘마스크 댄스’가 세계적 권위의 월드뮤직 잡지가 선정한 ‘송라인즈 뮤직 어워드’를 수상했고, 기세를 몰아 올해 정규 2집 ‘카르마’를 발매했다. 피리를 연주하는 싱어송라이터 박지하의 행보도 예사롭지 않다. 영국 가디언지는 1집 앨범 ‘커뮤니온’을 ‘이달의 앨범’으로 선정했으며, 내년 1월 런던과 독일에 그녀의 무대가 마련된다.

박지하

이들의 음악은 정통 국악은 아니다. 전통 악기와 장단을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구축한 새로운 장르다. 이런 이유로 외국 청중들에게 그들의 음악은 새로우면서도 익숙한 음악이다. 영국 가디언지는 블랙스트링의 음악을 “한국과 영국 민요의 초현실주의적인 퓨전”이라 평했다. 상대방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눈높이 소통을 추구하는 문화교류의 교과서적 원칙을 이들은 미학적으로 실천 중이다.

세계가 극찬한 바로 이런 개성 때문에 이들이 국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점은 아이러니다. 잠비나이 리더 이일우는 “국악계는 록음악을 섞어 시끄럽다며 거부했고, 록음악계는 아쟁으로 무슨 록이냐며 거부했다”고 회고했다. 이런 몰이해가 그들로 하여금 해외 진출의 의지를 앞당기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었지만 일부 국악계는 그들을 ‘잡종’이라 부르며 폄하한다.

동시대와 호흡하지 못하는 예술은 생존할 수 없다. 보존에만 몰두하다 박물관 화석이 되어버린 전통예술에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으며 본래의 ‘놀이’와 ‘연희’의 의미를 회복한 것만으로도 그들의 성과는 인정받아 마땅하다. 세계가 인정한 그들의 잠재력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이 땅에는 그들을 위한 더 넓은 놀이판이 필요하다.


노승림<음악 칼럼니스트·숙명여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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