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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칼럼] 삼인성호라더니… 다시 소환된 김태우


유재수 건 등 검찰 수사 통해 김태우 전 수사관 폭로 내용 대부분 사실로 드러나고 있어
비위 혐의자의 주장이라고 몰아붙여도 조국 말처럼 책략은 진실 이길 수 없어


문재인정부 초기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왜 그렇게 무모한 일들을 했을까. 법적 정치적 파장이 엄청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을 텐데, 무리하게 손을 댄 이유는 뭘까.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 또는 ‘청부’ 수사 의혹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논란을 보면서 한편으로 드는 의문들이다. 답은 권력을 쥐고 있을 때 ‘내 편’을 챙겨야 한다는 편협한 동지의식이나 강박관념 때문 아닐까 싶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 8전9기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송철호 울산시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유 전 부시장은 비공식 자리에서 문 대통령을 ‘형’이라고 부르는 특별한 관계로 알려져 있지 않은가.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지나치면 탈이 난다는 평범한 이치를 그들만 몰랐던 것 같다.

주축은 민정수석실 라인이다. 조국 민정수석, 백원우 민정비서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이인걸 특별감찰반장이 그들이다. 김경수 경남도지사,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천경득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거론되고 있다. 대부분이 문 대통령으로부터 각별한 신뢰를 받고 있는 친문 핵심 인사들이다. 그리고 이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경찰 일부 간부들, 금융위원회 간부들도 이름을 올렸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수사의 흐름과 관련자들 진술 등을 종합해볼 때 강한 폭발력을 띨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무엇보다 울산시장 하명 수사 의혹의 경우, 자유한국당 주장처럼 ‘대통령 측근을 당선시키기 위한 정권 차원의 선거공작’으로 판명난다면 그 파장은 상상하기 힘들다. 이른바 ‘드루킹 사건’이나 ‘조국 사태’보다 훨씬 엄중한 사건으로, 문재인정부가 최대 위기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민정수석실을 정조준한 윤석열 검찰을 옥죄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 까닭도 이와 무관치 않을 듯하다. 새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추미애 의원을 내정한 것 역시 검찰과의 일전을 위한 포석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아슬아슬한 연말 정국이다.

이 와중에 자주 소환되는 사람이 있다.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전 검찰 수사관)이다. 그가 민정수석실이 민간인 사찰 등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면서 구체적 사례들을 처음 폭로한 때가 지난해 11월이다. 촛불 정부의 청와대에서 민간인 사찰이라니, 충격이었다. 그러자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이 부인하며 한 말들은 이렇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김태우 비위(지인의 경찰 수사 관여와 골프접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고, 비위 행위를 감추기 위한 희대의 농간이다.” “궁지에 몰린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온통 흐리고 있다.” “문재인정부에는 민간인 사찰 DNA가 없다.”

자신이 근무했던 청와대로부터 무차별 공격을 받던 김 전 수사관은 반격에 나섰다. 갖고 있던 자료들을 하나하나 공개하던 그가 유재수 건을 폭로한 건 지난 2월이다. ‘소환 조사를 통해 뇌물수수 등 3건의 비위 행위를 확인했고, 특감반장과 반부패비서관은 수사의뢰해야 한다고 했지만 윗선 지시로 감찰이 중단됐다. 그 이후 유재수는 징계조차 받지 않았고, 사표만 쓰고 민주당 전문위원과 부산시 부시장으로 영전했다.’ 최근의 보도들과 대동소이하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지금도 김 전 수사관을 ‘비위 혐의자’라고 부른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모든 걸 원칙과 법에 따라 처리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검찰 수사의 칼끝이 가리키는 방향은 다르다. 김 전 수사관의 폭로 내용이 옳다는 쪽이다. 그래서인지 청와대 대응이 가관이다.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어설픈 해명들을 내놓는 바람에 오히려 의혹을 키우고 있다. 1년이 넘었으나, ‘미꾸라지’ 한 마리에 여전히 허둥지둥대는 모양새다.

김 전 수사관의 폭로 초기, 당시 조국 민정수석은 ‘삼인성호(三人成虎)’를 언급한 바 있다. 세 사람이 입을 모으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김 전 수사관의 폭로는 사실이 아닌데, 이를 일부 언론과 야당이 재생산함으로써 거짓이 참말이 돼가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현 상황은 정반대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여론을 호도하려 ‘삼인성호’를 꺼내들었다는 게 드러나고 있다. 조 수석은 “책략은 진실을 이기지 못한다”고도 했다. ‘김태우=책략, 청와대=진실’이라는 의미로 말했겠지만 이 역시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나.

그럼에도 영화 ‘내부자들’에 등장하는 권력자들처럼, 김 전 수사관을 비위 혐의자로 계속 몰아붙이면 그의 폭로가 신뢰를 잃고 진실은 묻힐 것으로 여기는 이들이 여권에 아직도 존재하는 것 같다. 그렇게 대충대충 덮어질 사안이 아니다. 관련자들과 증거들이 너무 많다. 특히 매일매일 민정수석실 특감반원들 보고서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재정리해 ‘윗선’으로 보고한 특감반 데스크(검찰 수사관)의 입이 주목되는 요즘이다.

편집인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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