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조원에 달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건전성을 관리하겠다고 정부가 깜짝 발표를 하면서 증권사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투자은행(IB) 업무 가운데 부동산 PF 사업에 자금을 대주는 방식으로 수익을 키워왔다. 그런데 정부가 “증권사 등이 부동산 PF에 과도한 채무보증을 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겠다”고 밝히면서 증권사 수익 전망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8일 금융 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5일 ‘제3차 거시건전성 분석협의회’를 열고 ‘부동산 PF 건전성 관리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증권사 등 비(非)은행권에서 급증한 ‘부동산 PF 익스포저(채무보증·대출)’를 규제한다는 게 골자다. 우선 내년 2분기부터 증권사들이 자기자본 이상으로 부동산 PF 사업에 채무보증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부동산 PF 채무보증에 대한 신용위험 값도 12%에서 18%로 높아진다. 금융 당국은 주기적으로 비은행권의 부동산 PF 리스크(위험) 관리 상황을 점검하고, 공시의무를 강화하기로 했다.

부동산 PF는 리스크가 크지만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대체투자 분야로 꼽힌다. 부동산시장이 호황일 때엔 문제가 없다. 다만 부동산시장이 침체에 빠지면 거액이 묶이거나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2010년 저축은행 사태도 부실한 부동산 PF 대출을 마구잡이로 취급한 게 도화선이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주간업무회의에서 금융위 간부들에게 “부동산 PF 건전성 관리는 금융시장 안정, 부동산시장의 건전한 발전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강경한 방침에 부동산 PF 채무보증 비율이 큰 증권사를 중심으로 주식 ‘패닉 셀’(투매 현상) 현상이 벌어졌다. 지난 6일 코스피시장에서 메리츠종금증권 주가는 11.07% 폭락하며 3695원에 장을 마쳤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주가가 3600원 선까지 내려가기는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이다. 키움증권(-3.24%) 한국금융지주(-3.15%) NH투자증권(-1.61%) 대신증권(-1.26%) 등 다른 증권주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남석·유승창 KB증권 연구원은 “메리츠종금증권은 수익의 60% 이상이 부동산 PF 사업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향후 실적과 주가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도 “부동산 PF를 IB 부문의 주요 성장동력으로 사용하는 동시에 채무보증 비중이 높은 증권사들의 성장 여력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전체 금융권의 부동산 PF 채무보증은 28조1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93.2%(26조2000억원)를 증권사가 차지하고 있다. 2014년 말(12조6000억원) 이후 5년 만에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채무보증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메리츠종금증권(154~192%)이다. 이어 한국투자증권(62~68%) NH투자증권(30~40%) 등이다.

부동산 PF 채무보증이 크지 않은 증권사들의 주가 하락은 일시적 현상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증권사 주가 하락은) 증권사들의 IB 업무가 위축된다기보다 그간 집중됐던 PF 분야에 대한 피로감이 존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일부 증권사들은) 규제 영향에 비해 낙폭이 과도한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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