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TSMC 간의 초미세 공정 경쟁이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추격자인 삼성전자가 TSMC보다 미세공정 개발 속도가 빠르지만, TSMC의 고객을 뺏어오려면 신뢰도를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TSMC가 내년 상반기 중에 5나노 공정을 상용화하고, 2022년에는 3나노 공정 생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8일 보도했다. TSMC는 애초 2023년에 3나노 공정을 도입할 예정이었으나, 삼성전자가 초미세공정에 속도를 내자 시기를 앞당기기로 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해 4월 5나노 공정 개발을 완료했으며, 내년 상반기에 5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한다고 밝힌 바 있다. 2021년에는 3나노 공정으로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파운드리 포럼에서 고객사에 3나노 GAE 공정 설계 키트를 배포했다.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3나노 GAE 공정을 도입하면 7나노 대비 면적 45% 감소, 전력효율 및 성능은 50%와 35%가량 향상된다.

삼성전자와 TSMC의 초미세 공정 경쟁은 7나노 공정 도입과 함께 본격화됐다. 7나노 공정 자체는 TSMC가 먼저 도입했지만, 삼성전자는 기술적으로 한 단계 앞선 극자외선(EUV) 공정을 도입했다. EUV를 쓰면 회로 기판에 미세한 선을 정확하게 그릴 수 있어서 미세화 공정에 유리하다. 7나노 EUV를 앞세워 삼성전자는 퀄컴, 엔비디아 등 글로벌 주요 팹리스 업체 수주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들이 모든 물량을 삼성전자로 배정한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의 7나노 EUV 공정이 기술적으로 앞선 만큼 도입을 해볼 수는 있지만, 그동안 TSMC와 맺어온 신뢰를 깰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삼성전자와 TSMC 양쪽 모두에 물량을 배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퀄컴은 최근 내년에 선보일 스마트폰용 칩셋 스냅드래곤865를 TSMC가 생산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에는 중가형 모델인 스냅드래곤765를 맡겼다. TSMC에 전량을 맡기는 애플을 제외하면 대부분 주요 고객사는 삼성전자와 TSMC를 함께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점유율은 50.5%에 달한다. 올해 2분기 49.2%보다 1.2% 포인트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18.5%로 2분기(18%)보다 소폭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계약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한쪽에 물량을 몰아주는 분위기는 당분간 없을 것”이라며 “삼성전자로선 기술력 차이를 벌려 나가는 게 점유율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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