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금융세제 개편이 본격적으로 논의된다. 개편을 촉발시킨 방아쇠는 증권거래세 인하다. 현재 주식으로 번 돈에 대해 일부 대주주만 세금(양도소득세)을 내고 있어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면 ‘과세 공백’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증권거래세 인하는 양도소득세 확대 등 전반적 금융세제 개편과 함께 추진돼야 한다.

관건은 소액주주의 주식뿐만 아니라 채권·파생상품의 양도소득 등을 어떻게 과세할지다. 여러 방법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금융투자소득’이라는 항목을 신설해 모든 금융투자상품을 한데 묶은 뒤 손익통산하는 ‘포괄적 과세’ 방식이 부상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증권거래세율을 0.05% 포인트 내리는 내용의 법안을 처리하면서 “정부는 증권거래세와 주식 양도소득세 간 조정방안, 손익통산 및 이월공제를 포함한 중장기적인 금융세제 개선 방안을 2020년 정기국회 전에 보고할 것”이라는 부대의견을 달았다. 증권거래세는 손실 여부와 관계없이 주식 매도 때 부과하는 세금이다. 양도세는 주식으로 얻은 이익이 있을 때 낸다.

하지만 현재 양도세는 대주주만 내고 있다. 2021년까지 대주주 기준을 확대해도 부과대상은 ‘주식 보유액 3억원 이상’이다. 따라서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면서 양도세 대상을 대폭 늘리지 않으면, 상당수 투자자들이 세금을 전혀 내지 않게 되는 ‘과세 구멍’이 발생한다.

결국 증권거래세 폐지는 양도세 확대와 함께 갈 수밖에 없다. 다만 양도세 전면 도입은 쉽지 않다. 일본은 10년간 증권거래세를 점진적으로 폐지했고, 이 기간에 양도세 전면 과세를 연착륙시켰다. 한국의 경우 이자와 배당소득은 종합과세 대상이다. 대신 소액주주 주식과 채권, 파생상품의 양도소득에 대해서는 제대로 과세하지 못하고 있다.

핵심은 여러 투자상품의 ‘순이익’에만 어떻게 과세할지다. 일종의 손익통산 개념으로 투자자가 보유한 주식, 펀드 등 모든 투자상품의 이익과 손실을 더해 순이익에만 세금을 매기는 것이다. 현재 한국은 양도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에게만 손익통산을 허용하고 있다. 국내주식-해외주식 간, 펀드 간 손익통산을 허용하지 않는다. 펀드 안에 들어있는 국내 주식의 경우 양도세를 매기지 않고 있어 펀드 간 손익통산도 애매한 ‘칸막이’를 여러 개 갖고 있다.

이런 복잡한 문제를 감안해 정부와 전문가 사이에서 ‘포괄적 과세’ 방식이 떠오르고 있다. 근로소득과 자본소득을 분리하는 ‘이원적 과세’보다 한국 현실에 맞다는 판단이다. 거론되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금융투자소득’ 도입이다.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한 뒤 ‘금융투자소득’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다.

금융투자소득은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의 보유 또는 양도로부터 발생하는 소득을 말한다. 배당소득(집합투자기구로부터의 이익, 파생결합증권의 분배금), 주식 양도소득, 채권 양도소득, 파생상품 양도소득 등을 ‘금융투자소득’으로 모두 묶고 금융투자소득 내 모든 상품의 손익통산을 허용한다. 세금은 금융투자소득 단위로 부과된다.

다만 단계적 추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소득에 포함되는 항목을 점진적으로 늘리는 것이다. 금융투자소득에 대한 세율을 이자·배당소득처럼 14% 세율로 원천징수할지도 논의가 필요하다.

정부 관계자는 8일 “전문가 사이에서 포괄적 과세가 현실에 더 맞다는 의견도 있으나, 증권거래세 폐지와 양도세 부과 확대는 손익통산 등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가 필요하다”며 “내년 상반기에 중장기 계획을 연구용역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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