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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 내시경으로 담도암 여부 신속·정확하게 진단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의 주목! 이 클리닉] (23)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 췌담도내시경 클리닉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 췌담도내시경클리닉 박재석(오른쪽) 원장이 담도 내시경인 ‘스파이글래스’로 담도 내부를 검진하고 있다.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 제공

성모(58·여)씨는 최근 계속되는 피로와 얼굴색이 누렇게 변하는 황달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결과 담낭(쓸개)과 담도(쓸개즙 통로)에 담석으로 의심되는 뭔가가 발견됐고 담도가 많이 좁아져 있어 보다 세밀한 검사가 필요했다. 의료진은 특히 담석처럼 보이는 게 암일 수도 있어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성씨는 ‘스파이글래스’로 불리는 최신 담도내시경으로 검진 결과 암이 추가로 발견됐고 그나마 초기로 판정돼 수술 후 일상생활을 유지 중이다.

의학기술 발전과 정기 건강검진의 정착으로 조기에 암을 찾아내고 치료할 수 있게 됐지만 암은 여전히 한국인 사망 원인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특히 암 발견 자체가 힘든 담도암은 5년 생존율이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치명적 암이다.

지난해 발표된 중앙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새로 발생한 담낭 및 담도암 환자는 6685명으로 주요 암 가운데 8위를 차지했다. 담낭암과 담도암 발생자 수를 별도로 구분한 통계는 없지만 전문가들은 두 암의 비율을 5대 5 정도로 보고 있다.

두 암의 5년(2012~2016년) 생존율은 28.9%에 불과하다. 대표적 악성암인 폐암(28.2%)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프로레슬러 이왕표씨가 담도암으로 세 차례 수술받았지만 결국 5년 만에 암이 재발하면서 세상을 떠나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담도는 간에서 만들어진 쓸개즙을 담낭과 십이지장으로 보내는 통로로, 담관이라고도 부른다. 길이는 약 7㎝, 직경은 6~7㎜정도 된다. 여기에 생기는 대표적 질환이 담관염과 담도암이다.

담관에 염증이 생기는 담관염의 주 원인은 콜레스테롤 등이 뭉쳐 돌처럼 딱딱해진 담석이며 악·양성 종양, 민물고기 생식에 따른 간흡충(디스토마)감염 등도 영향을 미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담관염 환자는 1만3827명으로 2014년(9455명) 보다 46.2% 증가했다.

담도암은 간흡충 감염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간흡충은 민물고기를 날로 먹었을 때 옮는 기생충으로 몸 속에 들어오면 담도로 이동해 장기간 기생하면서 염증을 일으킨다. 염증이 오래되면서 암으로 진행된다. 이 밖에 선천성 담관낭종(물혹)이나 담관 기형, 3㎝ 넘는 큰 담석도 담도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 췌담도내시경클리닉 박재석 소화기병원장은 9일 “담관염과 담도암의 증상은 비슷하면서도 구분되는 점이 있다”면서 “담관염은 고열과 오한, 오른쪽 윗배에 극심한 통증을 보이는 반면 담도암은 천천히 자라기 때문에 통증이 거의 없고 황달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담관염도 심하면 황달이 나타나며 세균이 온 몸에서 자라는 패혈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박 원장은 “황달은 담도에 생긴 염증이나 암이 쓸개즙 배출을 막기 때문에 나타나는데, 담도암의 경우 황달 증상을 보일 때 병원을 찾으면 이미 2·3기로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담낭·담도암의 진행 단계별 5년 생존율을 보면 암이 발생 부위에 머물러 있는 국한 단계(1기) 53.3%, 주변 장기나 인접 조직·림프절을 침범한 국소 단계(2·3기) 33.1%, 암이 멀리 떨어진 장기까지 퍼진 원격전이 단계(4기)에선 3.2%에 불과하다.

초기에 발견되더라도 5년 생존율이 절반을 조금 넘는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다. 그만큼 진단이 힘들고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는 얘기다.

담도의 경우 몸 속 깊숙이 위치해 위나 대·소장처럼 내시경을 넣어 의사가 직접 내부를 살펴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름 1㎝가 채 안되는 가느다란 담도에는 일반 내시경이 들어가지 않는다.

이 때문에 기존에는 복부CT나 자기공명영상(MRI) 등 촬영 영상으로 살펴보거나 ‘내시경적 역행성췌담도조영술(ERCP)’이라는 방식을 썼다. ERCP의 경우 내시경을 사용하긴 하지만 담도 앞(십이지장 유두부)까지만 삽입하고 그 다음엔 담도 안에 조영제를 투여해 역시 촬영된 흑백 영상으로 병변을 확인하고 치료하는 방식이다. 흑백 영상인데다 위·대장 내시경처럼 직접 들여다 보는 게 아니어서 정확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근래 몇몇 의료기관에서 입을 통해 좁은 담도 안까지 들어가는 ‘특수 내시경(스파이글래스)’을 도입해 보다 빠르게 담도질환을 발견 치료할 수 있게 됐다. 십이지장까지 들어간 ERCP 장비에서 또 하나의 가는 내시경이 나와 담도 안으로 삽입돼 고화질 내부 영상을 제공한다.

박 원장은 “담도에는 담석과 암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은데, 스파이글래스를 통하면 명확히 구분할 수 있고 곧바로 조직검사로 이어져 빨리 확진할 수 있다”고 했다. 또 ERCP로는 제거하기 힘든 2㎝ 이상 큰 담석도 수압 발사 쇄석기나 레이저로 부숴 낼 수 있다. 담도암의 경우, 제거하려면 수술이 필요하다.

현재 경희의료원 등 4곳의 대학병원, 개원가에선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이 유일하게 스파이글래스를 들여와 활용하고 있다. 다만 고가의 장비여서 아직 건강보험 수가(서비스 대가)를 받지 못해 보다 많은 의료기관으로 보급 확산이 더딘 실정이다. 조기 진단이 특히 힘든 담도암 발견과 치료에 요긴한 만큼,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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