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U2 내한공연의 한 장면. 연합뉴스

앙코르곡으로 ‘원’이 울려 퍼지자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 2만8000명은 한목소리로 노래를 따라 불렀다. “원 러브, 원 블러드, 원 라이프(One love, One blood, One life)….” 가수는 노래를 통해 우리는 서로 지켜줘야 한다고, 우리는 하나라고 열창했다. 관객들은 플래시를 켠 휴대전화를 흔들며 환호했다. 가수는 이렇게 말했다. “평화를 향한 우리나라(아일랜드)의 여정에서 배운 게 있다. 가장 힘이 센 단어는 ‘타협(compromise)’이라는 것이다. 평화로 가는 길은 우리가 하나가 돼 노력할 때 찾을 수 있다.”

8일 저녁, 이 같은 장관이 펼쳐진 곳은 밴드 U2의 내한공연이 열린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이었다. U2는 한국의 음악팬들이 내한을 학수고대하는 팝스타로 첫손에 꼽히곤 했지만 공연이 성사된 건 처음이었다. 1976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결성된 U2는 음악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통한다.

U2는 밴드의 대표작인 ‘조슈아 트리’(1987) 발매 30주년을 맞은 2017년부터 음반명과 동명의 투어를 시작했다. 무대에는 국내 콘서트 사상 최대 규모인 LED 스크린(가로 61m, 세로 14m)이 세워졌으며 20m가 넘는 돌출 무대도 설치됐다. 콘서트는 U2의 히트곡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로 시작됐다. 드럼 전주가 흘러나오자 객석은 열광의 도가니로 바뀌었다. U2는 ‘아이 윌 폴로’ ‘프라이드’ 등을 열창한 뒤 ‘조슈아 트리’ 수록곡 전곡(11곡)을 트랙 리스트 순서대로 들려줬다. 스크린에선 노래에 어울리는 영상이나 사진이 간단없이 등장했다. 이들의 공연을 설명하면서 자주 따라붙는 ‘종합 예술’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최고 히트곡이라고 할 수 있는 ‘위드 오어 위드아웃 유’에서는 관객들의 떼창이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서울은 U2가 벌이는 월드투어의 기착지 중 한 곳에 불과했지만 한국 팬들을 위해 준비한 사진이나 자막도 많았다.

보노는 한국어로 “감사합니다. 한국 대박이에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여성 인권 이슈를 다룬 ‘울트라 바이올렛’을 부를 때는 문재인 대통령 부인인 김정숙 여사, 가수 설리 등의 사진이 내걸렸으며 스크린엔 이런 자막이 등장했다. “우리 모두가 평등해질 때까지는 우리 중 누구도 평등하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인기 록밴드 U2의 리더이자 인도주의 활동가인 보노를 접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평화의 길에 음악을 비롯한 문화·예술의 역할이 크다”고 했고, 보노는 “음악은 힘이 세다”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남북 음악인들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서영희 기자

김정숙 여사는 공연을 직접 관람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9일 보컬인 보노를 청와대로 초청해 만남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보노에게 “(공연에서) 남북한의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메시지도 내줬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보노는 “(문 대통령께서) 평화가 단지 몽상(에 그치는 것)이 아닌 정말로 실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끝까지 굳은 결의를 갖고 임하는 것을 알고 있다”며 “존경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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