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옛도심 신포동 밝힌 크리스마스트리… 지역·교회 힘 모으자 동네가 살아났다

지역 교회 의기투합… 6년째 성탄절 축제

인천 신포동 거리에 크리스마스트리가 불을 밝힌 8일 자녀와 함께 나온 주민들이 성탄 분위기를 즐기고 있다.

인천 중구 신포동 한가운데 우뚝 선 성탄 트리에 밝은 불이 켜지자 수백 명의 행인에게서 감탄이 터져나왔다. 10m 높이의 트리가 초록색 보라색 파란색으로 바뀌던 빛이 썰매를 끄는 사슴, 하늘을 나는 고래, 활짝 웃는 산타 할아버지 얼굴을 그려내는 동안 사람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 지난 8일 저녁 신포동 로터리에서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이 열렸다. 인천의 명동으로 불리는 이곳에 성탄절을 축하하는 대형 트리가 화려한 불을 밝힌 것은 올해가 여섯 번째다.

해마다 찾아오는 신포동 크리스마스 축제는 교회들이 시작했다. 한국에 처음 세워진 교회 중 하나인 내리교회를 비롯해 인천제일교회, 인천제이교회, 인천제삼교회, 중앙침례교회, 송월교회, 송현교회, 성공회 내동교회 등 10여개 교회가 밀집해 있다. 인천항에서 불과 500여m 떨어진 이곳은 구한말 아펜젤러, 언더우드 등 선교사들이 한국에 첫발을 디딘 한국교회의 출발지이자 조선을 찾은 여러 나라 사람들이 구역을 나눠 모여 살던 국제적인 도시였다.

인천의 중심지였던 이곳이 세월 속에 바래가는 것을 안타까워한 교회들이 모여 크리스마스 축제를 준비했다. 인천제2교회 이건영 목사는 “성탄절이 가까워져도 거리에서 캐럴을 들을 수 없고 오가는 사람들도 줄어들어 쓸쓸해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에 지역 교회들이 힘을 모아 성탄 트리를 만들자고 의기투합했다”고 설명했다.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왜 교회 행사를 하느냐”며 반대하는 주민도 있었다. 상인들도 시큰둥했다. 다행히 불교신자였던 상인회 회장이 “이 동네를 살리자고 교회가 나서주는데 우리가 더 감사해야 한다”며 반겨줘 신포동에 성탄 트리를 세울 수 있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호응이 커지면서 상인들과 지자체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점등식 행사도 교회보다 구청과 구의회, 주민과 상인, 청소년들이 주인공이었다. 무대에는 교회 중창단도 올라왔지만 청소년 댄스팀과 소향, 이용 등의 가수들이 무대의 중심이었다. 홍인성 중구청장은 “신포동 크리스마스 축제는 이제 연말이면 주민과 상인들이 기다리는 행사가 됐다”면서 “한국에 처음 복음이 전해진 이곳에서 교회가 구민들에게 소망과 위로를 주는 행사를 시작해줘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말했다.

성탄절인 25일에는 가수 수와진, 윤형주 등이 출연하는 거리 콘서트가 진행되는 등 신포동 성탄 트리 주변에서는 다음 달까지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인천=글·사진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