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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풍경화] 성탄 선물은 오직 당신뿐


머피의 법칙. 바람과는 반대로 흘러가는 법칙. 우산 챙겨 나간 날엔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더라는 법칙. 미팅 가서 “쟤만 빼고 다 괜찮아” 하고 있으면 꼭 걔랑 나랑 짝이 되더라는 그런 법칙. 편의점 점주들에게도 머피의 법칙이 있다.

편의점 머피의 제1 법칙, 완판(完販) 회피의 법칙. 삼각김밥, 햄버거, 도시락, 샌드위치…. 평소에는 유통기한 내에 팔리지 않는 녀석들이 우수수 쏟아진다. 그런데 거참 희한하게도 내가 배가 고파 뭐든 하나 먹고 싶은 날에는 모든 먹거리가 사르르 모두 팔린다. 삼각김밥 하나 남아 있지 않다. 텅 빈 진열대를 보면 물론 기쁘지만, 왜 꼭 이런 날에 이런 일이!

편의점 머피의 제2 법칙. 접객(接客) 부정기 법칙. 평소에는 10분, 20분이 지나도 손님이 오지 않는다. 그런데 거참 신기하게도 내가 화장실에 가고 싶어 미칠 것 같은 때에는 손님들이 몰려온다. 이 손님이 나가면 화장실에 가려 했는데, 그 손님 나가니 또 손님이 들어온다. 줄을 잇는 손님에 물론 기쁘지만, 왜 꼭 이런 순간에 이런 일이! 괄약근에 힘을 꽉 주고 양다리를 비비 꼬면서 마음속으로 ‘손님이여 제발!’ 하고 외친다. 그럴 때 들어오는 손님은 왜 또 그렇게 물건 고르는 속도가 느린지…. 이 상품 들었다, 저 상품 내려놨다, 한참 머뭇거린다. 아아, 손님이여 부디! 이러다 여기서 일을 저지를 것만 같다. 마침내 손님이 나가면, 우사인 볼트보다 빠른 속도로, 순간이동 하듯 화장실을 향해 돌진한다. 화장실에 앉아 비로소 쾌감과 안도감을 느끼며 엉뚱한 상상을 한다. 이럴 때 편의점을 찾은 손님은 얼마나 당혹스러울까. 1년 365일 24시간 열려 있는 편의점이 내가 찾아간 그 순간에, 세상에나, 문을 닫다니! 출입문에 ‘3분만 화장실에 다녀오겠습니다’ 쪽지가 붙어 있다. 그 ‘3분’에 당신이 걸린 것이다. 이것은 손님 입장에서 머피의 법칙. 손님, 죄송하지만 3분만 참아주세요. 편의점 점주와 알바들도 생리적 현상은 해결해야 한답니다. 지금 로또 당첨보다 희귀한 경험을 하고 계시는 것이라 양해해주세요. 오늘 좋은 일 있으실 거예요.

이어지는 편의점 머피의 제3 법칙. 알바 펑크의 법칙. 평소에 친구를 만날 시간도 없다가 오랜만에 약속을 잡아놓으면 꼭 그 시간에 알바가 펑크를 낸다. 어쩔 수 있나. 점주가 대타를 뛰어야 한다. 약속을 취소하거나, 약속 장소가 편의점 앞 파라솔로 바뀐다. 주말에 결혼식 가려고 미용실에서 꽃단장 하고 양복까지 말끔하게 갖춰 입었는데 날벼락 같은 문자가 날아오기도 한다. “사장님, 저 오늘 아파서 쉬어야겠어요.” 어쩔 수 있겠나. 그 복장 그대로 점주가 대타를 뛴다. 결혼식을 취소하라거나, 예식장을 편의점 앞으로 옮길 수는 없는 일이니.

머피의 제3 법칙을 응용한 법칙도 있다. 이름하여 크리스마스 ‘줄펑크’ 법칙. 편의점 점주와 알바들 사이에 자자손손 내려오는 전설의 법칙이다. 크리스마스이브와 당일이 되면 몸이 아픈 알바가 속출한다. 집에 일이 생기는 알바도 속출한다. “사장님, 죄송해요” 하는 통보 문자가 줄을 잇는다. 어쩔 수 있겠나. 점주와 가족들이 대타를 뛴다. 밤새워 편의점을 지키며 징글벨, 징글벨 함께 노래 부른다. 그리하여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때마다 흥겨운 캐럴 가사처럼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 내가 바라는 선물은 오직 당신뿐! 전국 편의점 점주님들, 알바님들, 가족 여러분. 오직 당신뿐.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봉달호(작가·편의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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