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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조혜련 (21) 우연히 알게 된 열성팬 극단적 선택 직전 “언…니…”

내가 출연하는 방송 꿰뚫고 응원… 친해진 후 고단한 삶 털어놓기도

조혜련 집사가 성경책을 펼쳐놓고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고 있다.

2016년 여름 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한 공공기관을 방문했다. 문을 열고 들어섰는데 한 여인이 나를 보더니 “언니!”라며 소리를 질렀다.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이었는데 마치 기다리던 사람을 드디어 만난 것처럼 나를 반겼다.

그녀는 내가 출연하는 방송과 소식을 다 꿰뚫고 있었다. 그러면서 항상 응원해 오던 팬이라고 고백했다. 서류를 발급받고 헤어지기 전에 그녀가 함께 사진을 찍자고 했다. 일어서는 모습을 보니 다리가 조금 불편해 보였다. 그 순간 나를 향해 해맑게 웃어주던 그녀의 인생 뒷면에 ‘참 많은 고난이 있었겠다’라는 생각이 들며 애정이 갔다.

그렇게 알게 된 그녀와 나는 서로의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나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하루는 커피숍에서 만나 대화를 나눴다. ‘내가 그였다면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든 인생이야기를 나에게 털어놨다.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녀는 세 살 때 열병을 앓았다고 했다. 바쁘신 부모님이 치료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 둬 결국 열병을 얻었다. 그때부터 한쪽 다리가 불편해졌다. 그 과정에서 그녀가 겪은 인생의 고난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결혼해서 아들딸도 낳았다. 그러나 그녀는 스스로 자존감을 잃어버리고 여러 가지 문제로 괴로운 삶을 버티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힘든 삶을 살면서도 그녀는 아직 하나님의 존재에 대해 알지 못했다.

나는 그녀에게 하나님을 알려주고 싶었다. 친정 식구나 친구들에게 전도했다가 도리어 화가 된 경험이 많았음에도 그에게는 용기를 내고 싶었다. 내가 하나님을 만나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자 자신도 이전에 다니던 교회에서 피아노 반주자로 섬긴 적이 있다고 했다. 역시 하나님은 틀림없으신 분이다.

나는 매주 그녀와 두 자녀를 차에 태우고 교회에 갔다. 같이 예배도 드리고 식사도 하면서 교제의 시간을 가졌다. 매일 각자 소리 내서 성경을 읽고 녹음한 뒤 휴대전화 채팅방에 올리기도 했다. 몸은 불편했지만 감성적이고 현명한 그녀는 잘 이해하며 따라왔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났을 때쯤, 남편과 차를 타고 가는데 갑자기 남편이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보라고 했다. 카톡을 보냈는데 한참 동안 확인을 안 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했다.

내가 전화를 걸면 “언니!” 하면서 반갑게 대답하던 그녀가 여러 번 전화해도 받지 않았다. 이상하기도 하고 내심 걱정도 됐다. 나는 계속 전화를 걸었다. 수차례 시도 끝에 드디어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 너무나 힘이 없는 목소리로 말이다.

“여…보세요. 언…니….”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았어? 뭐해?” 내 물음에 그녀는 울먹이다가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목을….” “뭐라고?” “목을 매다가 핸드폰이 울려서 보니까 언니 번호가 떠서 언니 목소리가 너무 듣고 싶어서 내려왔어! 흑흑흑….” 순간 나는 말을 잃었다. ‘오 하나님,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죠?’ 전화기 너머로 계속 울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화가 나서 막 퍼부어댔다. “왜 이렇게 나약해! 정말 너무 화가 난다. 내가 너한테 뭘 잘못했니?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야? 너를 알게 한 하나님이 너무 원망스럽다!”

정리=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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