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배우들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예능을 속속 선보이면서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시청자들과 접점을 늘리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사진은 배우 이동욱의 토크쇼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SBS). 방송화면 캡처

요즘 TV를 보면 ‘예능은 코미디언과 프로 방송인의 무대’란 공식이 옛말이란 걸 금세 깨닫게 된다. 게스트로만 이따금 얼굴을 비추던 배우들이 이젠 단독 예능까지 발을 넓히고 있다. 일단 프로그램들 저마다 신선함은 합격점을 받은 모습인데 재미 측면에선 평가가 엇갈린다.

최근 가장 화제가 된 건 역시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SBS)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 NBC의 ‘투나잇 쇼’처럼 일대일 정통 토크쇼를 지향한다. 평소 토크쇼 진행 욕심이 컸던 배우 이동욱이 단독 호스트로 나섰는데, 지난 4일 첫 회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드라마 ‘도깨비’에서 함께한 공유를 게스트로 섭외해 궁금했던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눈 호강했다”는 평도 줄을 이었다. 공유와 평소 절친한 이동욱의 진행도 무난했고, 시청률도 4.8%(닐슨코리아)로 선전했다.

다만 구성은 다소 복잡했다. 토크 말고도 이동욱-공유의 제주도 여행기와 상황극 등 여러 설정이 함께 담기면서다. 분위기 메이커로 개그우먼 장도연을 캐스팅한 것도 이동욱의 첫 단독 진행을 배려한 구성으로 보이는데, 이동욱이 향후 게스트인 박지원 의원과 이세돌 9단을 진행자로서 잘 리드하는 게 관건이 될 듯하다. 이동욱은 “공유씨가 나와 1회 녹화를 무사히 마친 건 사실”이라며 “다음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했다.

정해인의 뉴욕 여행기 ‘정해인의 걸어보고서’(KBS2). 방송화면 캡처

배우 정해인은 ‘정해인의 걸어보고서’(KBS2·이하 걸어보고서)로 지난달 말부터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정해인이 버킷리스트 여행지였던 뉴욕에 가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등 랜드마크를 돌아다니는 과정을 담백하게 담아낸다. 여행 예능이라면 으레 빠지지 않는 여행지 정보나 ‘먹방’은 그리 강조되지 않는다. 대신 초심자로서 여행 자체를 즐기는 정해인의 순수한 매력들이 시종일관 묻어나는데, 버라이어티적 재미는 적은 게 사실이다. 시청률도 아직 2%대에 머물고 있다.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건 배우들이 이처럼 예능 문을 두드리는 이유다. 제작비 상승 등으로 드라마 제작 편수가 줄어들고 있는 환경이 배우들의 예능 진출을 독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제작진도 비교적 적은 제작비로 큰 화제성을 끌어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위 두 예능 모두 각 방송사가 미니시리즈를 중단한 자리에 편성됐다.

기획사와 소속 배우의 외연 확장도 이유 중 하나다. 걸어보고서는 정해인 소속사인 FNC엔터테인먼트 자회사 FNC프로덕션이 KBS와 공동 제작했다. FNC 관계자는 “자사 아티스트와 협업을 고민한 프로그램으로 예능이 처음인 정해인씨 부담을 덜고자 여행 형태로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예능은 기획사가 배우를 알리면서 수익도 창출 가능한 알찬 콘텐츠 모델인 셈이다.

관찰 카메라로 예능 트렌드가 재편되면서 배우의 예능 도전은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예슬은 지난달 ‘언니네 쌀롱’(MBC)으로 첫 예능 MC 데뷔전을 치렀다. 최근 ‘동백꽃 필 무렵’으로 사랑받은 강하늘이 안재홍 옹성우와 아르헨티나로 떠나는 ‘트래블러’(JTBC)도 내년 2월 방송을 목표로 촬영 중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요즘은 순발력보다 출연자의 자연스러운 매력을 어필하면 되는 예능이 많다”며 “인지도가 있고 매력적인 배우일수록 예능은 자신을 알릴 좋은 통로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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