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안(SEA)게임은 동남아 국가들의 최대 종합스포츠대회다. 일종의 올림픽이다. 1959년 1회 대회를 시작으로 격년제로 열린다. 초창기에는 인도차이나반도의 태국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캄보디아 월남(현 베트남)과 싱가포르가 참여했다. 그러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동티모르가 합류해 총 11개국의 스포츠제전으로 발전했다. 30회를 맞은 올해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최돼 11일 폐막했다. 69개 종목에서 530개 금메달을 놓고 경쟁한 가운데 종합우승은 필리핀(금 149개)이 차지했다. 2위 베트남(금 98개), 3위 태국(금 92개)이다.

이 대회가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그래도 눈길을 끄는 종목이 있다. 바로 축구다. 베트남 축구 대표팀을 ‘쌀딩크’ 박항서 감독이 맡고 있어서다. 2017년 10월 박 감독이 부임한 이후 베트남 축구는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첫 준우승,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첫 4강,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10년 만의 우승에 이어 올 1월 아시안컵 12년 만의 8강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다. 베트남의 국민 영웅으로 떠오른 박 감독은 지난달 AFF 선정 ‘올해의 감독’으로 뽑혔다.

베트남으로서 이루지 못한 게 SEA게임 축구 금메달이다. 동남아 월드컵으로 불리는 스즈키컵은 두 차례 우승컵을 들어올렸으나 동남아 올림픽인 SEA게임에선 60년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초대 대회 때 월남이 우승하긴 했으나 통일 베트남의 기록은 아니다. 이런 베트남의 60년 한(恨)을 ‘박항서 매직’이 풀었다. 폐막 전날인 10일 축구 결승전에서 박 감독의 U-22 대표팀이 인도네시아를 3대 0으로 꺾고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이틀 전 베트남 여자 축구팀도 정상에 오른 터라 남녀 동반 우승이다. 꿈을 이룬 베트남 전역은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박 감독이 사령탑에 오른 이래 베트남은 다른 동남아 국가와의 대결에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 SEA게임에서도 무패(6승1무) 행진으로 정상에 등극했다. 명실상부한 동남아 최강이다. 이번 대회의 베트남 축구경기 전체를 국내 케이블TV에서 생중계할 정도로 우리 축구팬들의 관심도 뜨겁다. 박 감독은 오는 14일 U-23 대표팀을 이끌고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다. 내년 1월 2020 AFC U-23 챔피언십 본선에 대비하기 위해 경남 통영에서 동계전지훈련을 한단다. 박 감독의 고향이 통영 인근 산청인데 이거야말로 금의환향이다.

박정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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