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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춘추-라동철] 기후변화·미세먼지 재앙 피하려면


기후변화로 가뭄·폭우 등 세계 곳곳에서 기상이변 재앙 속출
온실가스 배출 줄이지 않으면 인류의 생존 위협받게 될 것
화석연료 위주 산업구조와 에너지 과소비 개선하고 미세먼지 저감대책 강화해야


세계 3대 폭포 중 하나인 아프리카 빅토리아 폭포가 오랜 가뭄으로 수량이 줄어 최근 절벽이 드러났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지난달 엄청난 폭우에 조수 수위 상승까지 겹쳐 세계문화유산인 산마르코 대성당이 물에 잠기는 등 도시 곳곳이 침수로 큰 피해를 입었다. 호주에서는 지난 10월 초 발생한 산불이 고온건조한 날씨를 타고 2개월째 확산되는 바람에 뉴사우스웨일스 일대가 잿더미로 변했고 인근 시드니까지 자욱한 연기로 뒤덮였다. 알프스산맥 등 고산지대와 북극 등에서는 빙하가 녹아내려 붕괴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속속 들려온다.

과거에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이상 현상이 지구촌 곳곳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인이 기후변화(지구온난화)라고 지목한다. 화석연료 사용 등으로 발생한 온실가스로 인해 지구가 데워지면서 기후가 불안정해지자 곳곳에서 폭우, 가뭄, 혹한, 혹서 등 기상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의 결과는 참혹하다. 국제빈민구호단체 옥스팜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매년 2000만명이 이재민이나 난민이 되고 있다. 쿠바 도미니카 투발루 등 저지대 섬나라들은 2008~2018년 인구의 약 5%가 기상이변으로 대피했다고 한다. 지구온난화가 현재 추세로 계속되면 극지방의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상승해 2050년쯤엔 베트남 남부 지역과 중국 상하이, 태국 방콕,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등 많은 대도시와 주변도시들이 물에 잠기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경고가 잇따르자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협약을 체결하는 등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다. 2016년 11월 발효된 파리기후변화협약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2도 이하로 유지한다는 목표 아래 2020년부터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량을 5년마다 상향 조정케 했다. 또 정기적인 이행 상황 및 달성 경과 보고를 의무화해 구속력을 높였다.

하지만 앞날은 밝지 않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면 국가 에너지체계를 개편하고 기존 방식의 산업활동을 제약하는 등 비용이 따르는데 이를 감당하기 주저하는 나라가 많아서다.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2위인 미국이 지난달 4일 유엔에 파리기후협약 탈퇴서를 제출한 것도 그런 이유일 게다. 세계 전체 온실가스의 27%를 배출하는 중국도 석탄화력발전소 증설에 나서는 등 온실가스 감축에 역행하고 있다. 세계 1, 2위 배출국이 공동전선에서 이탈하거나 소극 대응하고 있는 것은 협약의 효과를 반감시킬 것이다.

우리나라도 온실가스 감축 이행에 소극적인 국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한국은 2017년 한 해 동안 6억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세계 7위를 기록했다. 1인당 배출량은 11.7t으로 유럽 국가들의 2배 수준이다. 지난 10년간 유럽 선진국들이 온실가스를 줄여왔지만 우리나라는 22% 늘었다. 독립 평가 기관인 저먼워치, 뉴클라이밋연구소, 기후행동네트워크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기후변화대응지수를 전체 61개국 중 58위로 평가했다. 한국의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과 에너지 소비량이 많고 2030년 중장기 감축 목표가 파리기후협약에서 정한 목표에 부족하다는 게 이유였다.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시설을 늘리고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저감 대책 등을 추진하고 있다지만 매우 미흡한 수준인 것이다. 우리도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석유, 석탄에 의존해 온 산업 구조를 친환경 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고 에너비 과소비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공감대가 부족한 만큼 단기적으로는 국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세먼지 문제 해결과 연계해 추진하는 것도 방법이다.

미세먼지는 화석연료가 주범이다. 수도권은 노후 경유차가 주요 배출원인 만큼 이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다. 서울시는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공공기관 차량 2부제, 배출가스 5등급 차량 도심 운행 제한 및 위반 시 과태료 부과, 주차요금 할증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전국 최초로 시행하고 있다. 미세먼지특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계절관리제는 전국으로 확대된다. 대상 차량 운전자들이 반발하고 있지만 미세먼지를 줄이려면 배출원에 부담을 지우는 게 효과적이다. 저공해 저감장치 부착 차량은 단속에서 제외하고 부착 비용의 90%를 지원하고 있는데 이를 외면하고 반발부터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는 경유 트럭에 대한 유가보조금을 축소·폐지하고 휘발유의 85% 수준인 경유세 인상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른 수입은 오로지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사용하면 된다.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쾌청한 하늘을 보기 원한다면 비용을 지불하고 불편을 감수하는 게 마땅하다. 세상에 공짜점심은 없다고 하지 않나.

논설위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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