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이 2001년부터 12월마다 발표하는 사자성어는 그해 우리 사회의 세태를 반영한다. 사자성어 후보 추천위원단이 추천하고, 예비심사단이 심사하고, 전국 교수 대상 설문 등 세 단계를 거쳐 선정한다. 교수신문은 사자성어가 선정된 이유도 밝힌다. 그 이유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그해 세태를 콕 찌르는 맛은 한 해를 보내면서 각자가 음미해 볼 만하다. 어떨 때는 너무 어렵고 잘 쓰지 않는 한자를 골라 지식인임을 드러내려는 그들만의 용어라고 비판도 받는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지식인 집단이 사회를 바라보는 한 단면이라는 점에서 늘 흥미를 끈다.

2015년에는 메르스 사태에서 보인 정부의 우왕좌왕과 정치 지도자의 무능을 신랄하게 꼬집은 혼용무도(昏庸無道·어리석은 군주로 마치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럽다)를 뽑았다. 군주민수(君舟民水·임금은 배, 백성은 강물이란 뜻으로 강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를 선정한 2016년은 촛불 시위가 일어났던 해이다. 지난해는 임중도원(任重道遠·짐은 무겁고 가야 할 길은 멀다)이었다. 신문은 문재인정부가 추진 중인 남북 관계나 국내 개혁정책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이 남아 있는데, 굳센 의지로 잘 해결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골랐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구태의연한 행태를 답습하는 여당과 정부 관료들의 무능과 안일한 행태에 대한 경고라는 이중적 의미가 담겼다는 의견도 있었다.

올해는 어떨까. 아마도 조국 사태와 이로 인한 사회의 극단적 분열상이 지식인 집단의 뇌리에 깊이 각인됐지 않을까 싶다. 사자성어를 생각해내기 위해 우선 떠올리는 것은 위선, 무능, 불신, 맹신 같은 부정적 단어일 것 같다. 최종 후보군을 포함해 추천된 사자성어는 해마다 겹치기도 한다. 그래서 그동안 선택된 것 중에서 올해 상황과 가장 맞는 사자성어가 무얼까 살펴봤다. 당동벌이(黨同伐異·일의 옳고 그름은 따지지 않고 뜻이 같은 무리끼리는 서로 돕고 그렇지 않은 무리는 배척함. 2004), 상화하택(上火下澤·위에는 불, 아래에는 연못이 있는 모습으로 서로 배반하고 분열함. 2005), 자기기인(自欺欺人·자신도 믿지 않는 말이나 행동으로 남까지 속임. 2007)이 가장 알맞겠다. 올해도 힘든 한 해였지만 그래도 이런 긍정적 의미가 있었다 하는 사자성어가 선택될 날은 언제쯤 올까.

김명호 수석논설위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