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많은 은사를 줬는데… 너 뭐하다 왔니”

너 뭐 하다 왔니?/이은상 지음/두란노

저자 부부가 다닌 모잠비크, 인도 등 선교지 상황과 십자가를 이고 면류관을 전해주는 예수님(왼쪽 두번째)을 그린 삽화. 김주은 작가의 작품이다. 두란노 제공
“내가 좋은 것과 많은 은사를 줬는데, 너는 뭐 하다 왔니. 그동안 너만 잘 먹고 잘살다 온 거니.”

다소 도발적인 이 질문이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CSU) 포모나캠퍼스 교수로 살던 저자의 삶을 완전히 바꿨다. 그의 남편은 같은 학교 교수이자 국제개발처장으로 로스앤젤레스 통합교육국 장학관을 지냈다. 경제적 안정과 여유가 보장된 삶이었다.

부부가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의 오지만 찾아 복음을 전하는 순회 선교사가 된 건 돌연 찾아온 하나님의 질문 때문이다. 그는 1989년 세미나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가 출국 전 예배를 드리던 중 한 목소리를 듣는다. “너 뭐하다 왔니.”
저자는 미국 생활을 시작한 20대 때부터 계속 교회를 다녔고 매주 비행기로 라스베이거스를 오가며 여러 교회의 사역을 도왔다. 그럼에도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지금의 모습은 온전히 하나님 은혜로 가능했단 걸 잘 알아서다. 그는 병원도 밝혀내지 못한 병으로 고통받다 기도로 완쾌돼 예수를 믿게 됐다.

저자는 이후 미국에 돌아가 골방에서 기도하다 ‘복음을 전하는 제사장이 돼라’는 응답을 받는다. 지금껏 사회에서 여러 직함을 맡았지만, 하나님이 진정 원했던 역할은 ‘복음 전파’란 확신이 들었다. 부부는 즉각 순종한다. 상담심리학 및 신학 박사인 남편은 사비를 털어 대학 근처에 교회를 개척했다. 부부는 대형할인점 등지에서 현지인과 한인에게 노방전도를 했다.

3년여간 직장 생활과 목회를 병행하던 중 저자의 마음속에 ‘너희를 세계 무대로 옮기겠다’는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온다. 그로부터 6개월 뒤 남편이 명지대 교수 및 교목실장 제안을 받는다. 당시 부부의 목표는 남편이 CSU 총장이 되는 것이었다. 30여년간 살아온 터전을 떠나는 것도 고민이 됐다. 그럼에도 기도로 하나님의 인도임을 확인하고는 한국행을 택했다. 신학을 공부한 저자의 목사 안수와 2006년 한국에서의 교회 개척 모두, 이처럼 하나님의 음성과 기도 응답으로 이뤄졌다.

해외 선교 역시 국내 교회 개척 3년 뒤인 2009년 하나님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부부의 퇴직금을 전부 쏟아부어 세운 교회였고 나름대로 부흥도 일궜다. 부부는 “세계 무대로 갈 때가 됐다”며 그대로 선교사로 나섰다. 남편이 교수로 초빙받은 몽골을 시작으로 모잠비크 인도 에스와티니, 중앙아시아 A국과 동남아시아 B국까지 오지만 찾아다니며 복음을 전했다. 마실 물이나 화장실도 없는 궁벽한 빈민촌을 찾아가 현지인 집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병원은 물론이고 아스피린 한 알이 없어 사람이 죽는 곳이기에 떠날 때마다 가족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죽음을 각오하고 떠난 선교지에선 매 순간이 기적이었다. 문맹이 대다수인 모잠비크 오지 마을에 주민이 복음을 받아들이면서 교회가 생겼다. 인도 오지에선 저자의 기도로 폐병 걸린 젊은이가 치유됐고 선천적 청각장애인이 청력을 회복했다. 차마고도에 있는 A국에서는 2~3일간 협곡을 지나 목숨을 걸고 교회를 찾아오는 현지인 성도가 적지 않았다.

9년을 동역하던 남편은 전립선암과 악성림프종 혈액암을 앓다 얼마 전 별세했다. 연명치료를 거부한 그는 죽음까지도 주님의 영광을 위해 사용되길 기도했다. 남편은 ‘나 먼저 하나님 만나러 간다’고 자랑하면서도 ‘끝까지 신실한 종이 돼 달라’고 저자에게 당부한다. 장례식에선 고인의 뜻대로 찬송 ‘이날은 이날은’ ‘십자가 군병들아’ ‘축복송’이 불렸다. 슬픔 아닌 감사가 압도하는 장례식이 어찌나 인상 깊었던지 고인의 60년 지기 친구와 상조회사 직원도 그 자리에서 회심했다. 부부에게 ‘하나님은 고난으로 더 좋은 것을 주는 분’이란 흔들리지 않는 신뢰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책에는 저자나 부부의 사역 사진이 하나도 없다. 그간 모든 일은 하나님이 한 것이지, 내가 한 게 아니라는 고백 때문이다. 저자는 자신을 바꾼 그 질문을 반추하며 이렇게 말한다. “다시 하나님이 같은 질문을 하신다면, 대답은 하나뿐이다. ‘순종입니다.’” 언젠가는 모두 하나님께 같은 질문을 받을 것이다. 저자처럼 기쁘게 답을 준비하고자 하는 모든 그리스도인을 위한 책이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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