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12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황교안 대표. 최종학 선임기자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처리를 두고 여야가 극한 투쟁과 막판 협상의 갈림길에 섰다. 더불어민주당이 “끝까지 협상의 문은 열어놓고 기다리겠다”고 한 만큼 자유한국당의 협상 의지가 관건이다. 한국당은 12일 의원총회에서 협상론과 투쟁론을 놓고 의견을 나눴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민주당은 일단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논의하고 있는 패스트트랙 법안을 13일 본회의에 상정하고,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는 17일을 전후해 표결에 부친다는 방침이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12일 정책조정회의에서 로텐더홀 농성에 나선 황교안 한국당 대표를 향해 “이제 아스팔트를 버리고 협상장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끝까지 협상의 문을 열고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국당과 협상의 여지를 두면서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대해서는 ‘맞불 필리버스터’로 대응할 것을 예고했다. 이 원내대표는 “쟁점이 있는 법안인 만큼 한국당이 필리버스터 하는 것을 굳이 막거나 방해하지 않겠다”며 “대신 필리버스터가 시작되면 우리도 당당히 토론에 참여해 국민에게 직접 설명하겠다”고 했다.

이런 전략은 ‘임시국회 쪼개기’에 대한 정당성을 미리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개혁 법안 처리를 위해 임시국회를 3~4일로 쪼개 여러 번 개최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국회법에 따라 한 회기가 종료되면 필리버스터도 종결되는데, 이 경우 필리버스터가 이뤄진 안건은 다음 임시국회에서 바로 표결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 민주당은 이를 활용해 패스트트랙 법안을 하나씩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협상과 투쟁을 두고 한국당은 고민에 빠졌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앞서 여당이 내년도 예산안 강행 처리에 성공했으니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제1야당이 투쟁만 해서는 실익이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원내대표단도 덮어놓고 투쟁만 할 수는 없다는 의견을 공유했다. 선거법 개정안은 숫자를 일부 조정하고, 공수처 설치법 등 검찰 개혁 법안도 내용을 일부 바꾸는 수준으로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원내부대표를 맡고 있는 한 의원은 “싸우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생각은 다들 하고 있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협상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남았다”고 했고, 또 다른 의원은 “우리도 협상 의지는 어느 정도 있다. 민주당이 얼마나 양보할 수 있을지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황 대표가 강경 투쟁 방침을 세우고 무기한 농성을 이어가고 있어 더 이상 협상이 진척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황 대표는 “지금은 비상시국이다. 예산안 날치기는 공수처법과 선거법 날치기의 서막”이라며 “당을 떠나 나라를 위해서라도 우리가 온몸으로 막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14일 광화문 앞에서 대규모 장외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한국당은 대여 투쟁의 일환으로 문희상 국회의장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예산안 통과 과정에서 이들이 특정 정파의 이익을 돕는 방식으로 권한을 남용했다는 주장이다. 홍 부총리에 대해서는 탄핵소추안도 발의했다.

심희정 박재현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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