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11일 경기도 수원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 카드’가 급부상하면서 여권 내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아직 문재인 대통령의 최종 판단이 남아 있는 상태지만 ‘전직 국회의장 출신 국무총리’라는 파격 카드가 현실이 되는 것에 대한 논의가 벌써부터 뜨겁다. 행정부와 입법부의 관계, 여권 내 권력 지도, 총선 전략 등 여러 논의에 불을 붙일 전망이다. 행정부와 당에 일대 변화를 몰고 올 카드를 꺼내는 대신 결국 이낙연 국무총리의 유임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12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정 전 의장의 경륜과 안정적 이미지에 점수를 주면서도 ‘입법부와 행정부의 거리’를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은 ‘경제실정론’을 꺼내들 텐데 여기에 맞서서 경제 전문가인 정 전 의장이 총리가 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좋다”며 “하지만 국회의장 출신이 총리가 되는 것에 대한 국민적 동의가 필요하다. 청와대가 여론조사 등을 통해 이 부분을 세심히 살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내각보다는 청와대에 더 힘이 쏠려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결국은 장점보다 단점이 더 큰 인사라는 지적도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지금은 청와대가 독주하고 있기 때문에 내각에 힘이 없는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 전직 입법부 수장이 힘 없는 행정부 2인자로 가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도 “포장을 어떻게 하든 입법부 대표였던 인사가 대통령 밑에 가서 총리를 한다는 게 모양이 좋지 않다”며 “지금 같은 대통령중심제에선 대통령이 내각에 힘을 실어주지 않는 한 총리가 힘을 갖기도 어렵다”고 했다. 정 전 의장이 총리가 될 경우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전직 당대표급 인사들이 줄줄이 내각에 합류하는 꼴이 된다.

‘정세균 총리’ 카드는 여당의 총선 전략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총리가 물러난 뒤 당으로 돌아오면 이해찬 대표 체제 아래에서 이 총리의 역할론을 두고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질 수 있다. 총선 전략에 밝은 한 의원은 “총선 지휘 체제를 이 대표 체제로 하느냐, 이 총리 체제로 하느냐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이 총리가 정 전 의장 지역구인 서울 종로에 나가 본인 선거에 전념할 수도 있고, 당 상황이 악화될 경우 비례대표를 받고 선거 전면에 나설 수도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후임 총리를 최종 발표할 때까지는 이 총리 유임론도 계속될 전망이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이날 TBS 라디오에 나와 “이 총리 유임이 더 바람직하다”며 “왜냐하면 아무래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법안을 통과시키면 자유한국당에서 (총리 청문회 때) 엄청난 저항을 할 것이다. 그랬을 때 과연 정국을 이끌어 갈 대통령으로서 그래도 야당을 다독거려줘야 되는데 거기에다 불을 붙일 것인가. 저는 그래서 유임이 더 낫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도 YTN라디오에서 “얼마 전까지 정 전 의장은 주변에서 총리 권유가 있을 때 완곡하게 ‘본인은 의사가 없다’ 이런 이야기를 밝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기본 입장은 ‘국회의원 출마를 계속하겠다’ 그런 의사가 훨씬 더 강한 것으로 제가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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