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범죄 현장에서 확보한 각종 증거물에 대한 감정(鑑定)을 통해 사건 해결 및 범인 검거를 지원하는 국가기관이다. 1955년 3월 내무부 산하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출범했고 2010년 연구원으로 승격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본원은 서울에 있었으나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에 따라 2013년 강원도 원주로 옮겼으며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5개 권역에 분원 격인 지방과학수사연구소를 두고 있다.

국과수는 경찰, 해경, 검찰, 군수사기관, 법원 등의 의뢰를 받아 감정 업무를 수행한다. 살인이나 변사 발생 시 검안과 부검을 실시해 사인을 규명하고 지문·필적·DNA 분석 등을 통해 사건 해결의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국과수의 감정 결과는 수사와 재판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확성이 생명이다. 오로지 과학적 조사와 분석을 통해 사실에 부합되는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그런 국과수가 허위 감정을 해 큰 불신을 받은 적이 있다. 1991년 강기훈 유서 대필 조작 사건이다. 명지대 학생이 시위 도중 경찰이 휘두른 쇠파이프에 맞아 숨진 것에 항의해 재야단체 간부 김기설씨가 유서를 남기고 분신자살한 사건을 검경은 유서 대필 사건으로 몰아가 공안정국을 조성했다. 재야단체 동료인 강씨가 유서를 대필하고 자살을 방조했다는 수사결과를 내놓았는데 결정적인 증거는 국과수의 허위 필적 감정 결과였다. 강씨는 이로 인해 3년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고 이후의 삶도 엉망진창이 됐다. 2015년 대법원에서 재심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아 완전히 누명을 벗었지만 사건 발생 23년여가 지나서였다.

국과수의 허위 감정이 또 도마에 올랐다. 1988년 9월 발생한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을 재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당시 범인을 특정하는 주요 근거였던 국과수 감정 결과가 조작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혀서다. 국과수는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체모와 용의자 윤모씨의 체모에 대한 중금속 비교·분석을 거쳐 동일인이라는 결론을 내렸었다. 윤씨는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했지만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20년을 복역한 후 2009년 가석방됐는데 최근 진범이 자백을 하자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국가기관이 증거를 조작해 잘못이 없는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건 중대한 국가범죄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진상이 낱낱이 밝혀져 윤씨의 억울함이 조금이나마 풀렸으면 좋겠다.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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