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공육·정제곡물 서구식 식습관탓 결장·직장암 비율 5:5→ 7:3으로… 여성 우측결장암, 비만이 원인인 듯
치주병 심하면 우측 결장용종 발병률 3배, 유해균·음식 찌꺼기 많고 주름 깊어 조기발견 어려워… 철저한 내시경 검사를


대장암의 발생 패턴이 바뀌고 있다. 과거 많았던 직장암은 줄고 결장암이 늘고 있다. 우측 결장암의 경우 특히 암 위험이 높은 용종(폴립)의 조기 발견이 어렵고 대부분 암이 상당히 진행된 3, 4기일 경우가 많다. 특히 여성에게 오른쪽 결장암 발생이 느는 추세다. 또 권장되는 대장암 검진 주기 사이에 발생하는 ‘중간 대장암’도 증가하고 있다.

대장암 발병 부위 변화

한국인의 대장암 발생 부위에 눈에 띄는 변화가 관찰되고 있다. 대한대장항문학회 소속 대장암연구회가 중앙암등록본부의 대장암 환자 32만6712명 자료를 분석한 결과 1996~2000년까지 대장암 가운데 결장암 비율은 49.5%였지만 2011~2015년에는 66.4%로 집계됐다. 반면 직장암 비율은 같은 기간 50.5%에서 33.6%로 줄었다.


결장암만 봤을 때 남성의 경우 좌측 결장암이 빠르게 증가한 반면 여성은 우측 결장암이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1996~2000년 남성의 전체 대장암 중 좌측 결장암 비율은 23.6%에서 2011~2015년 33.3%로, 같은 기간 여성의 우측 결장암 비율은 17.7%에서 25.4%로 상승했다.


대장은 상행 결장과 횡행 결장, 하행 결장, 구불(S)결장, 직장으로 구성돼 있다(그림 참조). 대장암은 크게 결장암과 직장암으로 구분한다. 위치에 따라 좌측(하행 결장, 구불 결장)과 우측(주로 상행 결장을 의미하지만 횡행결장 포함하기도) 대장암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그런데 대장암연구회 분석에 따르면 과거 거의 5대 5이던 결장암과 직장암 비율이 20년 사이 약 7대 3으로 바뀌어 결장암이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서구의 경우 결장암과 직장암 비율은 7대 3 정도를 차지한다. 다시 말해 한국인의 대장암 발생 경향이 서구인을 닮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연구를 주도한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대장항문외과 김남규 교수는 16일 “붉은 고기와 가공육, 당분, 정제된 곡물의 섭취가 많은 서구화된 식이는 비만과 당뇨와 연관높으며 대장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서구식 식습관은 좌측 결장암과 연관이 높다. 성별에 따른 대장암 발병 부위 차이는 남녀의 식습관 및 위험인자 노출 차이와 함께 유전적 차이가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 교수는 “더구나 남성은 흡연과 음주 등 결장암의 다른 발병 요인에도 더 많이 노출돼 있고 여성에서 우측 결장암이 많은 건 비만과 관련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살이 찌면 대장내 환경이 변화하는 탓”이라고 말했다.

만성 치주염 환자, 우측 대장암 신경써야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유준환 교수팀은 국내 처음으로 치주염(잇몸병)이 암 진행 가능성이 큰 우측 대장 용종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을 최근 밝혀냈다.

연구팀은 치주염 진단그룹(216명)과 진단받지 않은 그룹(2288명)으로 나누어 대장 용종의 위치 및 분화 정도(암 진행 가능성)를 분석했다.

그 결과 치주염 진단그룹의 우측 대장 용종 유병률은 25%로 미진단그룹(12.3%)보다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특히 암이 될 가능성 높은 진행성 우측 대장 용종은 치주염 진단그룹(3.2%)이 미진단 그룹(0.9%) 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치주염이 심하고 오래 방치할 경우 우측 대장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치주염의 원인인 입속 세균(푸조 박테리아 등)은 식도와 위 소장 대장 등 소화경로를 따라 퍼져 가는데, 대장의 경우 제일 먼저 도달하는 곳이 우측의 상행 결장이다. 이어 횡행 결장, 하행 결장, 구불 결장, 직장, 항문으로 이어지며 소화된 음식물 찌꺼기 등이 많은 상행 결장에 유해 박테리아가 아무래도 가장 많이 서식하며 염증과 용종, 암을 일으킬 개연성이 높다.

문제는 이런 우측 대장암의 발견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우측 대장은 항문에서 깊고 먼 곳에 위치하고 대장내시경 검진 시 장 정결이 불량한 경우가 많다. 또 대장 내 주름이 깊고 많아 대장암 전 단계인 용종이 숨어있어 잘 보이지 않는다. 좌측 대장의 용종 보다 납작하고 주변 점막과 비슷한 경우가 많아 내시경 검진에서 놓치기 십상이다. 유 교수는 “만성 치주염 환자의 경우 대장내시경 검진 시 의사에게 치주염 환자임을 알리고 의사는 우측 대장을 보다 꼼꼼히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측과 좌측 대장암의 증상도 다르다. 우측 대장암은 항문에서 멀리 있어 암 덩어리에서 출혈이 있어도 대변에 나타나는 색이 확연치 않다. 또 대장 안이 넓어서 암 덩어리가 커질 때까지 자각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수분이 많은 묽은 변으로 차 있어 좌측 대장의 굳은 변에 비해 장을 막는 증상이 적고 설사나 변비 등 배변습관의 변화도 적다.

우측 대장암은 오랜 기간 가끔씩 출혈(숨어있는 잠혈 형태)을 해 만성 빈혈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실제 빈혈 치료를 받다가 대장암을 발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빈혈 등으로 피로감, 어지럼증, 전신 무력감 등을 느낀다면 대부분 암 3, 4기인 경우가 많다. 이와 달리 좌측 대장암은 항문에서 멀지 않은 위치에 있어 혈변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우측 대장에 비해 장 안 공간이 좁아 암 발생시 장폐색에 의한 복통이 일찍 나타난다. 또 변의 굵기가 가늘어지고 변비, 점액질 변, 설사 등 배변 습관의 변화가 많은 편이다.

유 교수는 “우측 대장은 특히 내시경 검진 시 장 정결이 불완전해 용종 발견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내시경 전 장을 깨끗이 비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대장 내시경이 대장의 첫 부위(맹장)까지 완전히 도달해 검사가 진행됐는지 용종이 완전히 제거됐는지 의사에게 꼭 확인하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용종을 불완전 절제했다면 내시경 추가 검진을 늦지 않게 받고 대장 용종이 한번 발견되면 숨어있는 용종이 추가로 존재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검진 주기를 일반인보다 앞당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검진 주기 사이 ‘중간 대장암’ 2배 증가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차재명 교수는 최근 ‘중간 대장암(PCCRC)’의 증가 추세와 원인을 밝혀낸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중간 대장암은 권장되는 대장암 추적 기간 사이에 발견되는 경우를 말한다.


대한대장항문학회 등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첫 대장내시경 검진에서 위험이 높지않은 용종이 발견되면 5년 마다 한 번씩 검사를 권고한다. 다만 용종이 3개 이상 발견됐거나 1㎝ 이상 큰 용종이 발견된 고위험군이라면 3년 마다 검진받도록 하고 있다. 중간 대장암은 3년 혹은 5년의 검진 주기 사이에 암이 발견되는 것이다. 해외 연구보고에 의하면 중간 대장암은 전체 대장암의 4~8%를 차지한다. 아시아에선 관련 통계가 없다. 차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활용해 2009~2013년 대장암 진단자를 대상으로 중간 대장암 발생 현황을 조사했다. 중간 대장암은 대장암 진단 12개월 이전에 대장내시경 검사를 1회 이상 받은 경우로 정했다.

그 결과 중간 대장암 비율은 2009년 5.5%에서 2013년 10.2%로 1.9배 증가했다. 차 교수는 “제일 처음 받은 기준 대장내시경 검사가 제대로 됐다면 3년이나 5년 안에 대장암이 발견 안되는 게 맞는데, 중간 대장암이 증가하고 있다는 건 그 만큼 내시경 검진의 질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04년 국가 대장암검진이 시행된 후 대장내시경 검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는데, 특히 1차 의료기관(의원급) 대장내시경 검사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2만7000명 대상 대장 내시경 국가검진 시범사업


국가대장암검진사업에 대장 내시경을 1차 검사로 도입하기 위한 시범사업이 지난 7월부터 경기도 김포와 고양에서 이뤄지고 있다. 현재도 국가검진에 대장내시경 검사가 들어있지만 1차로 대변 잠혈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와야 받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대장 내시경 검진의 비용 효과성과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해 3년 간 두 지역 주민 2만7000여명을 목표로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16일 밝혔다. 대상은 만 50~74세다. 국립암센터를 비롯해 36곳의 참여 의료기관을 방문해 문진표 등을 작성하고 등록하면 된다.

과거 대장암 병력이 있거나 5년 이내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은 사람은 제외된다. 지난 11월 말 기준으로 2800여명이 검진을 받았다.

검진 비용은 대장 내시경 16만원, 조직검사 6만9200원인데 무료로 지원된다. 단, 수면 내시경과 용종 절제술을 받을 경우 비용은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검진 의사는 최근 2년간 300건 이상 내시경 시행 경력을 갖추고 관련 학계로부터 내시경 검진 인증을 받아야 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시범사업을 통해 비용 효과성과 부작용 여부 등을 살펴본 뒤 그 결과에 따라 본사업 도입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대상 연령과 검진 주기, 기존 검사와의 조정 등도 복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