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상황이 요즘처럼 안 좋을 때 경제관료들이 주목하는 게 건설 경기다. 과거에 여러 정부가 경기 부양을 노려 실효성이 떨어지는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에 대규모로 투자해 문제가 됐다. 하지만 불황기에 집값을 크게 올리지 않는 한도 내에서 부동산 규제를 풀어 주택 건설을 활성화하는 건 경제 원리에 맞는다. 주택 건설은 전후방 연관 효과가 크고 고용도 대규모로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정부는 ‘독특’하다. 경기가 급전직하로 추락하는데도 주택 건설 경기를 꽁꽁 묶는 데 여념이 없다. 문재인정부는 부동산 대책을 17차례 내놓았는데 대부분이 대출 규제, 세금 중과(重課),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수요를 억제하려는 규제였다. 지금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을 밀어올리고 있는 것은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다. 신규 택지가 없는 서울 시내에서 새 아파트를 늘리려면 재건축·재개발 활성화가 불가피하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달 인위적으로 분양가를 낮추는 분양가상한제를 민간 택지에도 확대했다. 그렇지 않아도 규제로 묶인 재건축·재개발사업에 대형 장애물을 또 설치한 것이다. 수요 규제와 공급 확대를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은 소귀에 경 읽기다.

그런데도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 7월 반등한 뒤 최근 24주 연속 상승세다. 상승 폭도 점차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분양가상한제가 관망하던 부동산 시장을 상승세로 전환시키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고 본다. ‘아파트 공급 부족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는 것이다. 정부는 16일 금융·세제 규제를 강화하고 분양가상한제를 대폭 확대하는 추가 대책을 내놨다. 의미는 분명하다. 아파트 공급을 늘려 시장에서 가격 조정이 일어나게 하는 게 아니라 초강력 규제로 가격을 잡겠다는 것이다. 가격, 시장과의 전쟁이다.

정부가 서울 시내 재건축 활성화 등을 통한 신축 아파트 공급에 이토록 부정적인 것은 다분히 정치적이다. 총선을 앞두고 지지자들로부터 ‘부자들이 불로소득을 챙기는 것을 정부가 방조했다’는 비판을 받을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포퓰리즘 앞에 주택 건설 활성화가 재정 투입보다 더 효과적인 경기 부양책이라는 고언이 들릴 리 없다. 노무현정부는 집값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종부세 폭탄까지 터뜨렸지만 집값 안정에 실패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서 갈수록 ‘노무현정부 데자뷔(기시감)’가 짙어지고 있다.

배병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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