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성 질환 11%… 평균의 3~4배
상당수 시신 부패… 사인 못 찾기도


올해 서울에서 화장된 370명(지난 11월 말 기준)의 무연고 사망자 사망진단서, 시체검안서 등 기록에는 영양 결핍, 열악한 위생으로 비롯된 여러 병명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자문에 응한 의학자들은 “충분히 치료가 가능해 고칠 수 있었던 병이 악화돼 죽은 사례가 많이 보인다”고 했다. 무연고 사망자의 병사(病死) 내역은 온몸에 기록된 약자의 흔적이었던 셈이다. 국민일보는 370명 중 공식 기록으로 병사가 확인된 253명의 내역을 16일 전수분석 했다. 분석은 공영장례 지원 비영리단체 ‘나눔과나눔’과 공동으로 진행했다.



결핵이나 요로감염 같은 감염성 질환자는 최소 28명(11.0%) 확인됐다. 통계청의 지난해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감염성 질환으로 숨진 사람은 2.9%다. 감염성 질환 28건 중 13건(46.4%)은 대표적인 ‘가난 병’ ‘후진국 병’으로 꼽히는 결핵이었다. 감염성 질환에 의한 실제 사망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조사 자료에는 망자의 생전 치료 내역이 기록돼 있다. 그러나 시신 부패가 진행돼 명확한 사인을 알 수 없는 75명은 분석에서 제외했다.

주영수 한림대 의과대학 교수는 “결핵과 같은 감염성 질환은 요즘은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질병”이라고 말했다. 20년가량 노숙인 진료에 나선 최영아 서울시립 서북병원 내과 전문의는 “취약계층일수록 감염병에 자주 노출되고 후유증을 반복적으로 겪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한 번에 나을 수 있는 병도 취약계층은 더 많은 흔적을 몸에 남기고 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취약계층의 경우 경제적·사회적·심리적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쳐 젊은 나이에도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의학적 분석이 그대로 적용됐다.

병사자 중 의료기관 외 자택·길거리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경우는 66명이다. 이들은 느닷없이 생을 마감했거나 제대로 사인 규명이 안 된 경우가 많았다. 이 가운데 27명(40.9%)은 급성심근경색 등 심장 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고, 15명(22.7%)은 시신의 부패 등으로 인해 뚜렷한 사인을 찾기조차 어려웠다. 주 교수는 “급성심근경색이나 사인 미상은 사실상 같은 의미로 볼 수 있다”며 “평소 제대로 진료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체적으로는 암이 51건, 심장 질환 50건, 폐렴 28건, 간 질환 27건, 뇌 질환 및 치매 16건 등 순으로 나타났다. 만성적 흡연과 음주 내역은 대부분의 기록에서 확인됐다.

무연고 사망자 370명 중 최소 69명(18.6%)은 고시원이나 모텔, 여관, 여인숙 같은 임시 거처에 주소지를 올리고 있었다. 이른바 ‘달방’ 생활을 하는 경우다.

주민센터나 구청 등 행정기관이 주소지인 경우는 35명(9.5%)이었다. 거주지가 확인되지 않는 ‘거주 불명’ 사례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실제 거주지가 1년 넘게 확인이 되지 않을 경우 거주 불명으로 분류되고 각 행정기관이 주소지를 가져오게 된다”고 했다. 35명(9.5%)은 쪽방촌에 주소지를 뒀다. 자주 이용하는 직업소개소나 평소 일하던 식당 등 상업시설에 주소지를 등록해둔 경우도 있었다.

김영범 한림대 고령사회연구소 교수는 “법적 테두리 안에 들어가 있는 분은 그나마 낫지만 그 밖에 있는 사람은 도와드릴 상황조차 되지 않는다”고 했다.

지역별로는 영등포구가 49명(13.2%)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용산구 28명, 종로구 23명, 구로구 19명, 강북구 18명 등으로 나타났다. 서초·강남·송파구에서도 24명의 무연고 사망자가 발생했다.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서울이 아닌 경우는 41명이었다.

207명(56.0%)의 무연고자는 병원이나 요양병원 등 의료시설에서 생을 마감했다. 118명(31.9%)은 주택이나 고시원 등 자신이 실제 거주하던 장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공원이나 길거리 등 야외에서 쓰러진 경우도 35명(9.5%)에 달했다. 당구장이나 PC방 같은 상업시설에서 발견된 경우도 있었다.

김판 임주언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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