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칭위안(吳淸源·1914∼2014)은 현대 바둑의 창시자다. 중국 출신으로 14세 때 일본 유학을 떠나 20세 때 신포석을 창안해 일대 선풍을 일으키고 1930∼50년대에 일본 바둑계를 평정했던 인물이다. 그의 일대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치수 고치기’ 10번기다. 10번의 대국에서 4승 차이가 나면 치수를 고치는 방식이다. 패자는 하수로 전락한다. 자존심과 명예를 건 승부이기 때문에 패배하면 프로기사 생명에 치명타를 입게 된다. 그는 39년부터 56년까지 17년간 후지사와 호사이(세계 최초의 9단) 등 당대의 일본 고수 7명과 10번기로 10차례(재대결 포함) 맞붙는 끝장대결을 펼친다. 그 결과 우칭위안은 10차례 모두 승리하며 치수를 모조리 고쳐놓았다. 그에게 패한 기사 중에는 치욕감에 개명하거나 삭발한 이도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치수 고치기 10번기로 화제가 된 건 85년의 ‘위험대결’이란 이벤트다. 당시 전성기를 구가하며 바둑계를 휩쓴 조훈현 9단에게 젊은 강자 5명(서능욱 장수영 김수장 백성호 강훈)이 정선(定先) 치수로 도전하는 형식이었다. 2연승을 하면 치수를 고치는 것인데 도전 5강이 두 차례나 두 점 치수로 내려가는 수모를 겪다 제자리로 돌아와 정선으로 끝났다.

오늘날 프로 세계에서 치수 고치기 대국은 자취를 감췄다. 그런데 바둑계의 풍운아 이세돌 9단이 은퇴 기념으로 18일부터 인간이 아닌 국산 인공지능(AI) 한돌과 치수 고치기 3번기를 벌인다니 흥미롭다. 2017년 12월 선보인 한돌은 지난 1월 국내 최정상급 기사 5명과의 대국에서 전승을 거둔 실력파다. 8월에는 세계 AI 바둑대회에서 3위에 올랐다. 한돌과의 실력 차이 때문에 흑을 잡은 이세돌이 두 점을 깔고 첫 판을 시작한다(프로그램 세팅상 한돌은 덤 7집 반을 받음). 승패에 따라 한 점씩 치수를 조정한다. 기본 대국료 1억5000만원에 1승 때마다 상금 5000만원을 받는다. 정상급 기사와 AI의 기력 차를 가늠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세돌은 지난달 19일 한국기원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24년4개월간의 기사 생활을 마감했다. 그는 2016년 알파고와의 맞바둑 대결에서 1승4패로 졌지만 알파고에 유일한 패배를 안긴 인간으로 기록돼 있다. 이세돌은 넘을 수 없는 AI의 장벽에서 느끼는 허무함 때문에 은퇴를 결심했다고 했지만 한국기원과의 갈등과 불화가 주요한 은퇴 배경으로 보인다. 36세에 불과한 바둑 천재 이세돌의 조기 은퇴가 안타깝다.

박정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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