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드래그(drag)’만으로 계좌이체가 된다면 어떨까. 오픈뱅킹에선 가능하다. 신한은행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앱) ‘쏠(SOL)’ 메인 화면에서 ‘계좌이체’ 버튼을 누르면 다른 은행에 개설된 모든 계좌 목록이 한눈에 들어온다. ‘신한은행 계좌’ 버튼을 손가락으로 끌어 ‘KB국민은행 계좌’ 버튼에 올리고 금액을 입력하니 순식간에 이체가 끝난다. 일일이 계좌번호를 외울 필요가 없다.

오픈뱅킹이지만 숨겨둔 비상금 계좌까지 공개할 필요는 없다. KB국민은행의 모바일뱅킹 앱 ‘KB스타뱅킹’에서 ‘계좌이체 버튼’을 누르면 ‘계좌 숨기기’ 스위치가 눈에 들어온다. 스위치를 켜면 목록에서 선택한 계좌만 감쪽같이 사라진다. 아예 오픈뱅킹 거래까지 차단하는 스위치도 있다.

은행 간 경계를 허무는 오픈뱅킹 정식 서비스가 18일 닻을 올렸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결제원은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오픈뱅킹 서비스 출범식’을 열었다. 지난 10월 30일 시범실시에선 10개 은행만 참여했지만 이제는 16개 은행과 31개 핀테크 기업이 서비스를 제공한다. 오픈뱅킹은 하나의 앱만으로 고객이 가진 모든 은행 계좌를 조회하고 자금 출금과 이체까지 가능한 서비스다.

오픈뱅킹 시대의 개막과 함께 금융권은 ‘고객 모시기’ 무한경쟁에 돌입했다. 우리은행은 고객의 소비 성향을 파악해 자동으로 잔액을 다른 계좌로 옮겨주는 ‘오픈파이낸스’ 서비스로 승부를 걸었다. 내년 중 선보일 계획이다. KEB하나은행은 은행 인증서 없이도 핀 번호만으로 오픈뱅킹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편의성에 중점을 뒀다.

핀테크 업체들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토스(비바리퍼블리카)는 공인인증서 없이 모든 금융계좌에 실시간으로 송금하는 기능을 앞세운다. 핀크는 1000만원까지 한번에 여러 계좌로 송금하는 서비스, 핀트는 인공지능(AI) 기반 맞춤형 투자 포트폴리오 서비스를 내놓았다.

금융위는 오픈뱅킹 전면 시행으로 금융권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본다. 금융상품을 가입할 때마다 다른 은행의 금리 우대조건, 특판상품, 부가서비스, 이벤트 등 다양한 조건을 쉽게 비교해 볼 수 있어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은행으로선 피곤해질 수 있는 일이지만 금융소비자를 위한 일인 만큼 금융서비스의 질적 성장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오픈뱅킹 시범운영 때부터 서둘러 특판상품을 내놓는 등 차별화를 두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모바일뱅킹 편의성을 얼마나 개선시키느냐가 중요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금융위는 오픈뱅킹을 제2금융권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은 위원장은 “오픈뱅킹 확장성과 안정성을 위해서라도 참여기관을 상호금융, 저축은행, 우체국 등 제2금융권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보안문제 등 소비자 우려를 적극 반영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향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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