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는 무수히 많은 천체(天體)가 있다. 지구가 속한 우리 은하에 1000억개의 별이 있고 그런 은하가 우주에 1000억개 있다고 한다. 별만 해도 그 정도인데 그 별들이 행성과 위성, 소행성 등을 거느리고 있으니 천체의 수는 무한하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천체 중에는 이름을 갖고 있는 것들이 있다. 태양계의 행성과 위성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천체들로 신화에 등장하는 신과 인물들에서 따온 이름이 많다. 하지만 태양계 밖은 물론이고 태양계 안에서도 이름을 가진 천체는 극소수다. 화성과 목성 공전궤도 사이 공간에서 지금까지 발견된 소행성이 약 87만개인데 대부분 고유번호로 관리되고 별도의 이름을 가진 것은 2만개를 약간 넘는 정도다.

천체의 이름은 천문학 분야 세계 최대 국제 기구인 국제천문연맹(IAU)이 발견자의 의견 등을 반영해 부여하는데 천문과학이 발달한 미국 등 서구의 전유물이었다. 한국 연구자의 제안으로 한글 이름의 소행성이 등록된 것은 20년이 채 안 됐다. 이태형 한국우주환경과학연구소장이 1998년 한국인 최초로 소행성을 발견해 2001년 ‘통일(Tongil)’이란 이름으로 등록한 게 처음이다. 그뒤 한국천문연구원이 경북 영천 보현산천문대에 설치한 지름 1.8m짜리 망원경으로 탐사에 적극 나서면서 잇따라 발견한 10개의 소행성이 보현산이란 지명과 최무선 이천 장영실 홍대용 김정호 등 과학 위인들의 이름을 부여받았다.

소행성뿐이던 한글 이름 천체가 최근 태양계 밖 별과 행성으로 확대됐다. IAU가 지난 8월부터 전 세계적으로 진행한 외계 행성계 이름 짓기 프로젝트 결과를 17일(현지시간) 발표했는데 북극성이 포함된 작은곰자리에 위치한 별(8UMi)과 주위를 도는 행성(8UMi b)에 각각 ‘백두(Baekdu)’와 ‘한라(Halla)’라는 이름을 부여했다. 외계행성은 4000여개가 발견됐는데 한라는 2015년 천문연 연구원이 한국인 최초로 발견한 외계행성이다. 백두는 질량이 태양의 1.8배지만 부피는 1000배, 밝기는 57배인 거대한 주황색 별이다. 한라는 질량이 지구의 477배나 되는 거대한 가스형 행성이다. 백두와 한라는 지구에서 빛의 속도로 520년을 가야 하는, 아스라히 먼 곳에 있지만 한국인들에게는 의미있는 존재가 됐다. 광활한 우주 공간 저 멀리에 한글 이름을 단 별과 외계행성이 있다고 생각하니 밤 하늘이 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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