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럴(carol)은 고대 프랑스어 ‘carole’에서 유래했다. 둥글게 둘러서서 노래와 함께 추던 춤을 일컫는데, 중세 말인 12세기 중반에서 14세기에 유행했다고 한다. 이후 캐럴은 축제 때 행렬을 이뤄 부르던 노래뿐 아니라 신비적 종교극에 사용되는 노래를 지칭하는 용어가 됐다. 가톨릭의 성가는 교회가 지정한 칸토르가 라틴어로 불렀으나 종교개혁을 거치면서 일반인의 접근이 가능해졌다.

영국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이 처음 등장한 것은 1426년 성직자이자 시인인 존 오들리가 25곡의 크리스마스 캐럴을 묶어 출간한 때였다. 요즘 많이 회자되는 캐럴들은 19세기 들어 작곡된 것이 대부분이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은 1818년 프란츠 그뤼버가 작곡했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인근 교회의 신부였던 요제프 모어가 성탄절을 앞두고 오르간이 고장 나자 자신이 쓴 시를 반주자였던 그뤼버에게 맡겨 기타 연주용 곡을 만든 것이라고 한다. ‘저 들밖에 한밤중에’는 영국 콘월 지방 민요인데 1833년 캐럴로 편입됐다. 가장 경쾌한 캐럴 ‘징글벨’은 미국의 제임스 피어폰트가 1857년 9월 16일 추수감사절에 맞춰 발표한 곡이었다.

크리스마스가 한 주일도 남지 않았는데 캐럴 듣기가 쉽지 않다. 동네 버스정류장 앞 가게는 물론이고 명동이나 강남 같은 번화가에서도 캐럴이 잘 들리지 않는 게 10년도 넘은 듯하다. 이즈음에 반짝이는 조명과 함께 은은하게 전해오는 캐럴은 스산한 겨울풍경을 잠시 잊게 해준다.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세밑을 지나는 마음을 녹여준다.

캐럴이 뜸해진 원인을 놓고 저작권 문제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저작권 단체들에 따르면 일반음식점이나 의류·화장품 판매점, 전통시장은 저작권료 부과 대상이 아니다. 커피전문점과 생맥주전문점, 체력단련장도 매장 규모가 50㎡를 넘지 않으면 면제 대상이다. 불경기 탓이라는 지적도 있고, 소음 규제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저작권위원회는 이달 초부터 14곡의 캐럴 음원을 공유마당을 통해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SK텔레콤도 21일부터 한 달 동안 전국 300만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크리스마스 캐럴 등 2000여곡을 무상으로 틀 수 있는 연말연시 스트리밍 서비스를 실시한다고 한다. 원인이야 무엇이든 연말연시엔 잠시나마 캐럴을 가슴으로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들 충분히 고된 한 해를 보냈지 않은가.

김의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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