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위예술가 오노 요코의 1966년 런던 전시회는 전위적이었다. ‘천장 회화’란 작품은 관객이 사다리를 올라가 천장 구석에 돋보기를 들이대야 ‘YES’라는 아주 작은 글씨가 보였다. 예스는 삶과 사랑, 자유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의미하는데 관객이 그것을 찾아내는 과정까지 작품에 포함시켰다. ‘못을 박기 위한 페인팅’은 나무판을 걸어놓고 관객에게 못을 박도록 했다. 전시회가 끝날 무렵 나무판이 못으로 뒤덮이면 비로소 완성됐다.

이런 작품 사이에 ‘사과’란 작품이 있었다. 유리로 된 전시대에 사과 1개를 덜렁 올려놓았다. 개막 전날 프리뷰 시간에 비틀스의 존 레넌이 찾아왔고 작품을 둘러보다 사과를 보고는 덥석 집어 한 입 베어 먹었다. 오노가 분노에 찬 얼굴로 쳐다보자 레넌은 “미안” 하더니 애플 로고처럼 돼버린 사과를 전시대에 내려놨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이렇게 시작됐다. 전시대의 사과가 썩어가는 모습과 그래서 새 사과로 바꾸는 과정에 예술적 메시지가 담겼다는데, 사람들은 이제 이 작품에서 레넌과 오노의 운명적 사랑을 본다. 반세기가 흐른 지금도 여러 곳에서 다시 전시되는 건 그 때문일 것이다.

이탈리아 예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은 최근 미국 마이애미의 아트페어에서 바나나 1개를 벽에 테이프로 붙여놓은 작품 ‘코미디언’을 선보였다. 1년 넘게 준비한 거라고 한다. 작업실 벽에 바나나를 붙여놓고 ‘바나나 대신 뭘 붙일까’ 1년 이상 고민하다 ‘그냥 바나나를 붙이자’ 했다는 것이다. 이 바나나를 관람객 중 행위예술가란 사람이 뜯어내 먹어버렸다. 그는 그 행동이 ‘배고픈 예술가’란 제목의 행위예술이라고 주장했다. 카텔란은 ‘코미디언’의 값을 1억4000만원으로 책정했는데 실제 그 돈에 팔렸다. 바나나가 세계 무역을 상징한다는 작가의 심오한 뜻보다 이것도 예술이냐는 논란과 그런 예술 나도 하겠다며 온갖 것을 테이프로 붙이는 패러디가 훨씬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카텔란의 2016년 작품 ‘아메리카’는 18K 금으로 변기를 제작해 실제 사용토록 화장실에 설치한 것이었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 후보로 나서기 이전에 고안한 작품이지만 사람들은 ‘아메리카’를 트럼프에 대한 풍자로 이해하고 있다. 작가는 이 말을 하는데 관객은 저 말을 듣고, 그렇게 듣는 말이 또 나름의 의미를 갖는, 예술은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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