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의 커피 사랑은 남다르다. 커피는 기호식품이면서 각성제이고, 커피를 마시는 것은 휴식이면서 경험이고 문화생활이다. 커피와 커피전문점이 품고 있는 이야기는 이보다 더 깊고 다양하다.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을 논할 때 커피를 쏙 뺀다면 듬성듬성 구멍 난 미완의 현실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현대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에서 성인 한 명이 1년 동안 마신 커피는 약 353잔으로 세계 평균인 132잔의 2.7배나 된다.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들까지 감안하면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1년 내내 매일 하루 한 잔 이상 마신다고도 볼 수 있다.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즐기는 인구가 꾸준히 늘면서 커피전문점 수도 계속 증가 추세다. 전국의 커피전문점 수는 2011년부터 매년 7~10% 이상씩 증가해 왔다.

커피의 종류는 많지만 커피전문점에서 가장 사랑받는 메뉴는 ‘아메리카노’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커피전문점마다 아메리카노 판매 비중이 60~70%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커피공화국의 시민들이 즐겨 찾는 커피전문점의 아메리카노 맛은 어떤 차이를 보일까. 국민컨슈머리포트가 최고 수준의 바리스타 5명과 함께 아메리카노의 맛을 평가했다.

상위 5개 브랜드 아메리카노 평가

커피전문점 아메리카노를 평가하는 데 5개 커피 브랜드를 먼저 선정했다. 시장 점유율, 매출 등이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아 매장 수를 감안해 상위 5개 브랜드를 평가 대상으로 삼았다. 스타벅스, 할리스, 투썸플레이스, 엔제리너스, 커피빈의 아메리카노를 평가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커피전문점을 보유하고 있는 이디야(올해 3000점 돌파)는 내년 4월쯤 원두를 전면 교체할 예정이라 평가에서 빠졌다.

평가는 19일 서울 강남구 한국커피연합회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각 매장에서 판매하는 에스프레소 제품(아메리카노, 카페라떼 등)에 쓰는 원두를 구매해 평가 현장에서 바로 분쇄해 전문 바리스타가 직접 추출하는 방식을 따랐다.

각 커피전문점 매장의 에스프레소 추출 기계가 그 브랜드에 최적화된 맛을 내지만 갓 내린 아메리카노의 맛부터 엄밀하게 평가하기 위해 현장에서 제조하는 방식을 취했다. 대신 최대한 매장의 맛을 구현하기 위해 5개 브랜드로부터 아메리카노 한 잔에 필요한 원두 분쇄량, 물의 온도, 물의 양 등의 자료를 받아 레시피 대로 만들었다. 아메리카노는 커피연합회 소속 바리스타 고명훈씨와 홍정기 부장이 함께 만들었다.

바리스타들이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한국커피연합회 사무실에서 ①~⑤ 번호가 적힌 5개 커피전문점 아메리카노를 맛보며 평가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우재, 이모씨, 정경림, 윤동석, 조민규씨. 윤성호 기자

평가에는 ‘2019 마스터오브커핑’에서 우승한 서우재씨, CK코퍼레이션즈 정경림 연구개발센터장, 스위스 프리미엄 전자동 커피머신 브랜드 ‘유라(JURA)’를 국내에 소개하고 있는 HLI 소속 윤동석씨, P사의 조민규 커피사업팀장,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씨가 함께했다.

공정한 평가를 위해 ①~⑤ 숫자가 적힌 5개의 종이컵에 아메리카노를 담아 블라인드 테스트로 진행했다. 평가는 6가지 항목(향미, 신맛, 쓴맛, 뒷맛, 풍미, 균형감)에 대해 최고 5점부터 최저 1점까지 상대평가로 이뤄졌다. 개별 항목에 대한 평가를 종합해 1차 평가를 내리고, 가격을 감안해 최종 점수를 매겼다.

5명의 바리스타들은 분쇄하기 전 원두의 향과 모양을 먼저 살폈다. 원두만으로는 평가가 불가능하지만 원두의 빛깔과 향미를 살폈다. 아메리카노의 맛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조민규 팀장은 “균형잡힌 맛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신맛, 쓴맛, 단맛이 균형감 있을수록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꽉 찬 밸런스 갖춘 엔제리너스 1위


평가 결과 엔제리너스 아메리카노가 5.0점 만점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엔제리너스 커피는 오랫동안 맛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는데 5명의 바리스타 모두 엔제리너스에 최고점을 주며 의아함을 자아냈다. 평가자들은 “엔제리너스 커피를 최근에 마셔보지 않아 몰랐다. 전혀 예상하지 못 했던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엔제리너스는 1년여간 소비자 평가단의 시음회를 진행해 지난해 12월 에스프레소 원두를 전면 교체했다.

평가자들의 평가는 거의 일치했다. 서우재씨는 “가장 다양한 맛이 났다. 단맛과 신맛과 쓴맛의 균형감이 좋고 긍정적인 뒷맛이 묵직하게 많이 남았다”며 “스페셜한 느낌을 주는 아메리카노”라고 평가했다. 이씨는 “커피의 맛이 풍부했다. 5가지 맛과 향이 나는 커피로 뜨거울 때부터 식었을 때까지 다채로운 맛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2위는 할리스(4.0점)였다. 할리스 아메리카노는 균형 잡힌 맛과 부드러움으로 호평 받았다. 정경림 센터장은 “풍미가 좋고 산미가 뛰어났다. 부드럽고 무난해서 많은 이들이 좋아할 만하다”고 말했다. 윤동석씨도 “특별히 튀는 맛은 아니지만 밸런스가 좋았다”고 평가했다. 이씨는 “뜨거울 때보다 식은 뒤에 다양한 맛이 올라와 풍미를 살렸다”고 했다.

3위는 투썸플레이스(2.6점)가 차지했다. 투썸플레이스 아메리카노는 두루 평균적인 맛을 내는 것으로 평가됐다. 정경림 센터장은 “식어가면서 풍미가 좋아진 커피였다. 무게감도 좋았다. 다만 향이 단조로웠다”고 말했다. 서우재씨는 “산미가 적당해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었다. 다만 뒷맛에 신맛으로 치우친 점은 아쉬웠다”고 말했다.

4위는 스타벅스(2.0점)였다. 윤동석씨는 “쓴맛이 많았지만 뒷맛의 풍미에 균형감이 있었다”고 했고, 이씨는 “쓴맛이 단조롭게 유지돼 진한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잘 맞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5위는 커피빈(1.4점)이었다. 커피빈은 밸런스가 무너진 맛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조민규 팀장은 “특별한 맛은 없지만 소비자들에게는 무난하게 다가갈 것”이라고 했다. 커피빈은 비싼 가격 탓에 1차 평가 때보다 점수가 더 내려갔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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