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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미국-대만 밀월

배병우 논설위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격상된 미국-대만 관계의 상징물이 사실상의 대만 주재 미국대사관인 미국재대만협회(AIT) 타이베이 신축 사무소다. 타이베이 북쪽 네이후(內湖)구 언덕에 자리잡은 AIT 사무소 부지는 6.5㏊에 이른다. 8개동의 현대식 건물과 중국식 정원까지 어우러진 사무소는 얼핏 보면 대학 캠퍼스 같다. 하지만 폭탄 공격에도 끄떡 없는 방폭시설이 갖춰진데다 경비병력은 미 해병대원이다. 건축비가 2억5000만 달러(약 2900억원)나 든 이 건물은 지난 9월 개관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친 대만 행보는 ‘상징’에 그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미국과 대만 양국의 고위 당국자가 자유롭게 상대 국가를 방문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대만여행법에 서명했다. 중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정면에서 건드린 것이다. 지난 7월에는 대만에 M1A2 에이브럼스 전차 108대와 스팅어 휴대용 방공 미사일 250기 등 모두 22억 달러가 넘는 무기를 판매하기로 했다. 80억 달러 규모의 F-16V 전투기 66대를 판매하는 방안도 승인했다. 중국을 자극할까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자제한 오바마 행정부와 판이하다.

미국과 대만 간 군사 협력도 강화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대만은 내년 4월에 있을 ‘한광(漢光)훈련’에 미국 군사 당국자 및 전문가들을 초청했다. 한광훈련은 대만이 중국군의 무력 침공을 가정해 매년 실시하는 대규모 군사훈련이다. 미국은 대만의 외교 후견자로도 나섰다. 중국의 외교 공세에 밀려 대만과 외교 관계를 연달아 끊는 남태평양 도서국을 겨냥해 이들과 대만 간 협력 확대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홍콩 사태로 확산된 ‘중국 공포’로 내년 1월의 대만 총통 선거는 하나마나라는 얘기가 나온다. 대만 독립파인 민주진보당(민진당) 소속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의 압승이 예상된다. 대만인들이 미국의 태도 변화에 크게 고무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내심 미국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에 대한 불안감도 적지 않다고 한다. 특히 여전히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태에서 급격한 대미 의존이 중국의 보복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대만은 미국과 중국이라는 양대 초강대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존재라는 점에서 한국과 공통적이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대만의 역할, 대만의 대중국 관계 설정 등을 관심있게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배병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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