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 핵심은 ‘장내 세균’… “장이 건강을 지배한다”

프로바이오틱스의 건강학

장(腸)은 인체 내의 여러 생명 활동에 관여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올 한해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한 관심이 매우 뜨거웠다. 장(腸)안의 미생물이 건강의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프로바이오틱스란 ‘적절한 양을 섭취 시 건강에 이로운 작용을 하는 살아 있는 균’을 뜻한다. 우리 몸속 100여 조에 가까운 미생물의 대사를 돕는 프로바이오틱스는 일찍이 장내에 유익한 균이자 장 건강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 존재해왔다.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이 나날이 성장함에 따라 체내 미생물 유전정보를 뜻하는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에 대한 연구 또한 활발히 진행되며, 건강을 위해 프로바이오틱스를 찾는 이들도 증가하고 있다.

‘장-뇌 축’ 이론, 장내 세균이 치매 우울증과 연관

프로바이오틱스는 장내 세균과 밀접하다. 장에는 몸의 면역력을 좌우하는 면역세포의 70%가 존재하며 약 100종류, 100조 마리 이상의 균이 서식하고 있다. 이같은 미생물 집단을 장내세균총이라 한다. 이들은 장 내부에서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장내 세균의 균형이 깨지면 몸에 이로운 유익균 군집이 붕괴되고 해로운 균이 득세하며 염증과 산화스트레스가 발생해 각종 질병이 발생한다. 몸에 이로운 장내 세균 군집이 붕괴하고 해로운 장내 세균이 득세하여 암이나 당뇨, 비만이 발생한다는 증거가 나온다. 병에 걸린 사람일수록 유익한 세균은 줄고 나쁜 균이 득세한다. 이 때문에 건강한 사람의 장내 세균을 이식해 질병을 치료하려는 연구도 활발하다. ‘변 이식’ 혹은 ‘대변이식술’ ‘분변 미생물 이식술’로 불린다. 건강한 사람의 대변 속 유익한 균만을 선별해 내시경이나 관장을 통해 환자의 장(腸) 속에 이식하는 방식이다. 유럽과 미국 캐나다 등에선 널리 알려진 공인 치료법이다.

최근 장이 ‘제2의 뇌’라고 불릴 정도로 인체 내 여러 생명 활동에 관여하는 사실이 밝혀진다. 내분비계, 신경계, 면역계, 대사물질 등으로 뇌와 장이 직접 신호를 주고받는다는 ‘장-뇌 축’ 이론이 대표적이다. 장내 미생물군이 자폐증, 파킨슨병 등과 같은 정신신경계 질환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서울대 의대 생화학교실 묵인희 교수는 알츠하이머병과 장내 미생물 간 상관관계를 밝혀냈다. 연구진은 뇌 안에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을 축적해 치매를 유발시킨 쥐의 장내 미생물군이 정상 쥐와 다르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한 치매 쥐에 정상적인 쥐의 분변을 이식해 장내 미생물군의 변화를 유도한 결과 뇌 안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의 축적이 감소하면서 전신 염증 반응이 감소한 것을 발견했다(영국 위장병학회 학술지 ‘거트’ 8월호).

장 속 ‘뚱보균’ ‘날씬균’에 따라 비만에도 영향

장내 세균과 비만과의 연관성도 대두된다. 일명 ‘뚱보균’ ‘날씬균’ 때문이다. 비만인의 장에는 지방 분해를 방해하는 유해균인 비만균(뚱보균) ‘피르미쿠테스’가 월등히 많다는 이론이다. 반대로 날씬한 사람들의 장에는 뚱보균과는 정반대 기능을 하는 ‘박테로이데테스’, 이른바 ‘날씬균’이 많다. 날씬균은 장 기능을 향상시키고 면역력을 높여 살이 잘 찌지 않도록 돕고, 지방 분해가 활발할 수 있게 한다.

장내 세균의 분포는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유익균이, 어떤 사람은 유해균이 많다. 엄마의 배 속에 있을 때, 즉 출생 전까지는 무균 상태로, 위장관 내에 미생물이 없다. 하지만 출생시 산도 통과를 시작으로 식습관, 생활환경, 스트레스, 약물 등 외부 요인에 의해 개인의 고유한 장내 세균총이 구성된다.

장내 생존율이 관건, 프리바이오틱스가 보조 효과

그러면 건강한 장 환경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장 건강은 식생활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식생활 습관 교정으로 장내 세균 농도는 달라질 수 있다. 평소 육류와 채소류를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유익균 비율을 높이기 위해 채식과 유산균이 다량 함유된 김치, 된장 등 발효식품 등을 많이 섭취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음식 섭취만으로 유익균 양을 충족하는 건 한계가 있다. 이럴 땐 프로바이오틱스의 섭취가 한 방법이다. 프로바이오틱스란 체내에 들어가서 건강에 좋은 효과를 주는 살아있는 균을 말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대부분의 프로바이오틱스는 흔히 ‘유산균’이라 알고 있는 종류에 해당한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장내 균총의 분포를 건강한 상태로 유지하도록 도와준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정한 프로바이오틱스의 기능은 ‘유익한 유산균 증식’ ‘유해균 억제’ ‘배변활동 원활’이다. 장내 유익균의 증가, 유해균의 감소에 도움을 주고 장내 균총의 정상화를 돕는다.

이러한 프로바이오틱스는 ‘장내 생존율’이 관건이다. 위산, 담즙산에서 죽지 않고 소장까지 도달하여 장에서 증식하고 정착해야 효과를 낸다. 균 자체가 좋아도 식도와 위를 거쳐 장까지 살아서 도달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하지만 강력한 위산에 대부분의 균이 증발하고, 정작 장엔 필요한 양의 유익균이 도달하지 않는다.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일명 ‘프롤린 유산균’이 등장했다. 프롤린이란 아미노산을 유산균에 첨가한 것이다. 프롤린이 유산균과 만나면 유산균의 갑옷 역할을 해 균주 자체의 내산성(산에 견디는 정도), 내담즙성, 안정성을 향상시킨다.

이와 함께 프리바이오틱스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프리바이오틱스란 유익균인 프로바이오틱스가 좋아하는 영양분으로 먹이라 할 수 있다. 프로바이오틱스가 장까지 제대로 살아서 갈 수 있게 도움을 준다. 프로바이오틱스 섭취 시 프리바오이틱스도 함께 먹을 것을 권장하는 이유다. 식약처에서 지정한 프로바이오틱스 일일 권장량은 1억~100억 마리다. 과다 섭취 시 장내 가스 발생, 설사 유발 등의 가능성이 있으니 주의하는 것이 좋다.

이범진 드림업 기자 sensation@dreamup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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