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교육청이 만든 ‘다 함께 만드는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즐겁게 놀고 있다. 제주도교육청 제공

아이들을 ‘미래에서 온 손님’이라고 한다. 우리보다 한 세대 이상 앞선 시대를 살아갈 사람이란 의미다. 미래세대인 아이들에게 우리 어른의 방식을 강요하기보다 새 시대를 살아갈 힘을 키워줘야 한다는 의미다. 아이들을 잘 성장시키기 위해 기성세대가 줘야 할 선물. 이걸 찾아 팔을 걷어붙인 곳이 있다.

제주교육청은 ‘아이들이 행복한 제주교육’을 표방하며 2014년 이석문 호의 문을 열었다. 2019년. 이석문 교육감 2기가 중반을 향하면서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한 제주교육청의 움직임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공교육으로 끌어들인 IB 교육

최근 몇년 제주도교육청이 교육계의 눈총 아닌 눈총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 첫 주자로 국제 바칼로레아(IB) 도입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2017년 서울시교육청이 최초로 IB 정책연구에 착수하긴 했지만, 장기적 비전에 확신을 갖고 실행에 나선 곳은 제주와 대구시가 유일하다.

제주교육청은 ‘과정 중심 평가’라는 2015개정 교육과정 취지를 살릴 유일한 대안을 IB에서 찾았다. 2017년 도입 논의 시작 후 지난 3월 IB본부와 어렵게 한국어화 도입 협력각서를 체결했다. 그리고 지난 달 도내 고등학교 1곳(표선고)을 IB학교로 선정해 본격적인 인증 절차를 시작했다.

표선고가 IB 운영학교 관심학교 후보학교를 거쳐 인증학교(IB World School)가 되면, 2022학년도부터 제주에서는 공교육의 틀 안에서 IB교육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게 된다.

IB는 스위스 비영리 교육재단인 IBO가 주관하는 국제 공인 평가·교육과정이다. 전세계 153개국에서 5000여개의 학교가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IB는 토론과 논술 등 학생이 주체가 되는 교육과정 자체의 긍정적인 요소도 있지만, 과정 평가가 가능한 객관적인 매뉴얼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자 매력이다. 현재 한국 교육과정에서는 얻기 힘든 서술형 평가에 대한 학부모들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IB교육이 도입되면 학생들은 객관식 문제풀이에서 벗어나 기본 지식을 활용한 문제 해결과정에 몰입하게 된다. 학생들은 이 과정을 에세이로 풀어내고, 교사들은 IB본부가 관리하는 내·외부 평가 시스템에 따라 학생들의 주관적인 글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게 된다.

교육계의 반발은 만만치 않다. 이미 전교조는 반대 의사를 공식 천명했고, 학교 현장에서도 새로운 제도 도입에 따른 피로감을 우려하고 있다. 교육부도 시도교육청 차원의 자율적 교육과정 편성 움직임에 대해 내부적으로 반갑지 않은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IB를 도입한 제주교육청 입장은 분명하다. IB의 평가시스템이 과정·수업·평가의 일체화를 끌어줄 고육지책이라고 믿고 있다. 교육청이 지난 7월 교육감 취임 1주년을 맞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도민 10명 중 7명이 IB교육프로그램 도입에 찬성했다. 어쨌거나 제주교육청의 결정으로 제주의 청소년들은 무상으로 IB교육을 배우는 전혀 새로운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4월 제주교육청과 대구교육청이 국제바칼로레아(IB) 한국어화 추진울 확정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강은희 대구 교육감, 아시시 트리베디 IB 아시아태평양지역 본부장, 이석문 제주 교육감. 제주도교육청 제공

꼿꼿하고 경직된 학교를 바꿔라

제주교육청은 아이들의 창의성 발현을 위해 훈장처럼 꼿꼿하고 근엄한 학교 공간을 바꾸는 재구조화작업을 시작했다. 학생 간 협업과 탐구, 상상력과 창의적 발상이 중요한 시대에 기존의 수직적이고 닫힌 구조는 아이들의 다양성을 포용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교실이 복층구조라면’ ‘물결이 흐르는 방식으로 책상이 배치된다면’ ‘교사가 칠판 앞에 우뚝 선 구조가 아니라면’…. 학교는 아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장소로 변신할 지 모른다.

교육청은 올해 17개교를 대상으로 학교공간 혁신 시범사업을 추진중이다. 총괄 기획가로 건축공학부 교수를 선임해 학교공간 혁신사업의 기초를 다지도록 하고, 학교 관계자와 건축가를 대상으로 사업 설명회를 개최했다. 가장 먼저 움직임을 보인 곳은 제주대부설초등학교. 부설초는 도서관과 학교 건물 간 ‘ㄱ’자로 이어지는 공간을 어떻게 변화시키면 좋을 지 고민했다. 이 과정에 학생들도 함께 했다. 부설초 5학년 전체가 7개조로 나눠 대상 공간에 무엇을 담을 지, 어떤 재료를 쓸 지 고민했다. 7개의 건축 모형이 만들어졌다. 살아있는 생생한 건축수업은 그야말로 인기 만의 교과수업이 됐다. 제주교육청은 학습과 놀이 휴식 등이 균형있게 공존하는 삶의 공간으로 학교 시설을 변화시키는데 당분간 지원을 집중할 계획이다.

기적의 놀이터를 찾아라!

제주교육청은 이석문 교육감 1기부터 아이들이 행복한 놀이공간도 고민해왔다. 조합놀이대와 고무매트 일색의 기존 놀이터에서는 아이들이 진정한 재미와 도전을 경험할 수 없고, 놀이를 통해 성장의 밀알을 얻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먼저 제주교육청은 교육현장의 놀이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데 주력했다. 2015년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어린이 놀이헌장 선포 참여를 시작으로 학교 현장 중간 놀이시간 확대, 교사 연수에 놀이 주제 편성, 학부모 놀이 교육 확대, 국내·외 놀이터 조성 사례 수집 등을 추진했다.

2019년에는 제주형 기적의 놀이터 만들기에 과감히 착수했다. 교육청은 아이들이 놀이 속에서 상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자연적인 소재를 활용한 놀이터를 최우선 방향으로 잡았다. 또, 원도심에 놀이터가 적다는 판단에 따라 올해 제주남초과 위미초 등 2곳을 대상지로 선정, 첫 출발에 나섰다.

교육청은 2021년까지 6곳의 제주형 기적의 놀이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제주형 기적의 놀이터 조성사업이 기존 공간에 대한 문제점 인식에서 시작된 만큼, 속도는 더디더라도 학교 구성원 모두가 동등하게 모여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놀이공간을 완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제주시 회천동 옛 회천분교장 자리에 제주유아체험교육원을 설립하기로 하고, 그에 앞서 교육원 마당에 아이들의 도전정신을 일깨울 자연생태 놀이시설 설치를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청은 한 곳 한 곳 교육현장에서부터 놀이터의 변신이 시작되면, 행정시가 관리하는 제주지역 모든 동네 놀이터에도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전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이석문 제주교육감
“새 시대의 인재 키워내는 교육개혁 1번지 될 것”



“제주는 지금 교육의 변화를 하나씩 이뤄가고 있습니다. 새 시대의 인재를 키워내는 교육개혁 1번지가 될 겁니다.”

이석문(사진) 제주교육감은 23일 제주도가 IB교육 등 새 교육정책을 부단히 도입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새로운 사업을 시행하는 게 아니라 교육의 본질을 실현하는 당연한 과정”이라며 “진취적인 정책이라고 하지만 하나씩 보면 이미 학교와 시민사회의 요구가 있었고 추진이 합의된 것들”이라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한국어 IB 도입에 맞춰 국가적으로도 새로운 대입 체제를 모색하고 있다. 지금의 수능 체제를 대전환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가 왔다고 판단한다”며 “평가의 객관성 확보가 어렵다고 대학입시에서 정시를 늘릴 게 아니라 IB를 새로운 대안으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선 기존 교육을 탈피해 아이 한 명 한 명의 다양한 꿈과 생각, 가치관이 존중받을 수 있는 교육을 실현해야 한다”면서 “변화를 먼저 시작한 제주가 새 교육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교육감은 “가장 큰 문제는 아이들이 그네를 타다 다치면 그네를 없애고 바다에서 사고가 나면 임해훈련을 없애는 것처럼 놀이터의 도전기능을 없애려는 인식을 고쳐나가는 일”이라는 말로 기적의 놀이터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전국적으로 놀이공간이 모두 천편일률적인데다 놀이의 본질을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며 “아이들의 행복과 성장을 위해 놀이공간에 대한 반성과 변화가 시급하다”고 했다.

이 교육감은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학생들은 지금 가르침을 당하는 ‘교육의 수동적 객체’로 놓여있다”며 “이들이 삶의 주체로 서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생각을 존중하고 배움의 기쁨을 열어주는 새로운 문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선 “교육의 본질로 돌아가 경쟁과 서열 문화를 없애고 그 자리를 배려, 협력, 행복으로 채워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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