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들은 달력을 만들 때 자연의 변화를 주제로 1년 열두 달의 이름을 정했다. 부족마다 다르게 불렀지만 모두 자연의 변화에 친밀하게 반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디언 풍카족은 12월을 ‘무소유의 달’, 주니족은 ‘태양이 북쪽으로 다시 여행을 시작하기 전, 휴식을 위해 남쪽 집으로 떠나는 달’, 수족은 ‘나무껍질이 갈라지는 달’이라고 불렀다. 모든 것을 다 비워내고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는 시간이란 의미인 듯하다.

그들이 붙인 이름들은 왠지 내면을 돌아보게 만든다. 1월은 ‘마음 깊은 곳에 머무는 달’, 3월은 ‘강풍이 죽은 나뭇가지 쓸어가 새순 돋는 달’, 5월은 ‘오래전에 죽은 자를 생각하는 달’, 7월은 ‘열매가 빛을 저장하는 달’ 등등.

1년 열두 달이 행복하려면 작은 것에서 느낄 수 있는 ‘영적 민감성’과 ‘감사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최근 한 해를 뒤돌아보는 송년 모임에서 “한 해 동안 감사한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매월 찾아오는 열두 번의 월급날보다 기다려지고 감사했던 일들이 분명히 많았는데 순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평소 감사 생활이 몸에 배지 못한 자책감이 들었다.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은 다름 아닌 잊고 사는 소소한 일상이다.

미국의 그리스도연합교회는 하루 열두 번의 감사를 하라고 성도들에게 권면한다. 하루에 열두 번 감사하면 삶이 행복으로 가득 찰 것 같다. 예를 들면 감사는 이런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새날을 주심에 감사’하고, 아침 식사를 하며 ‘아내의 정성과 수고에 감사’한다. 일터에서 ‘일할 수 있는 건강 주심에 감사’하고, ‘일하는 보람에 감사’하며 일과 후엔 ‘작은 성취감에 감사’한다. 저녁 식사할 때 ‘함께 식사할 수 있는 가족 주심에 감사’하고 신문과 책을 보면서 ‘여가를 주심에 감사’한다. 잠자리에서 ‘하루를 평안하게 인도해 주신 은혜에 감사’하고 꿈속에서 ‘생명을 주신 은혜에 감사’한다는 등이다.

이런 일상의 훈련을 통해 긍정적이고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닫혀 있던 사람들과의 관계가 회복된다. 또 소통할 수 있는 기쁨을 맛보며, 삶의 불안이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소소한 것에서 우리가 감사를 느끼고 행복을 누릴 수 있다면 삶이 달라질 것이 분명하다.

현재 많은 사람이 삶의 한가운데서 분주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행복하려면 일상생활을 통해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자연의 변화에 민감하고 영혼이 맑게 깨어있을 때 우린 행복을 느낄 수 있다. 그러기 위해 영적인 민감성이 필요하다. 고든 맥도널드는 저서 ‘마음과 마음이 이어질 때’에서 “민감함이란 사람들의 삶 이면에 숨어 있는 실체들을 보고 듣고 느끼며, 그에 따라 적절한 행동이나 반응을 결정할 수 있는 독특한 능력”이라고 말했다. 영적 민감성도 다르지 않다. 기도하는 중에 영적 민감성이 개발되고 민감한 사랑의 사람이 될 수 있다. 삶의 한가운데서 어떻게 자신의 영혼을 고요히 응시하느냐가 중요하다. 분주한 일상을 잠시 멈추고 지금 나는 어디쯤 서 있는지 주변을 돌아보자. 재미를 찾아 헤매기보다 자신을 돌아보는 침묵의 시간을 가져 보자. 행복의 마중물을 만드는 침묵의 시간이 필요하다.

행복이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삶의 조건들을 내가 어떻게 바라보느냐, 인생의 소소한 기쁨을 느낄 수 있느냐 없느냐에 좌우된다. 행복은 가족, 공동체,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 쾌적한 환경, 사람에 대한 신뢰나 스트레스가 적은 출퇴근 환경처럼 단순한 것이다.

어떤 하루를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나에게 허락된 삶의 기한이 언제인지 확실히 알 수가 없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오늘 나에게 주어진 이 하루를 누군가를 미워하고 누군가를 증오하면서 보내고 싶지는 않은 거야. 그 시간을 이 사람을 사랑하고 이 사람을 축복하는 시간으로 채우고 싶은 게 내가 요즘 생각하는 나의 투병기야.”(오은주 이호경의 ‘교회 오빠 이관희’ 중에서)

대한민국의 12월은 어떤 이름이 어울릴까. 12월이 ‘행복의 마중물을 준비하는 달’이 되길 바란다. 2020년 새로 시작되는 열두 개의 달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마중물을 준비하는 달이었으면 좋겠다. 행복의 마중물은 ‘감사’이다. 감사를 못 느끼면 행복도 느낄 수 없다. 또다시 열두 번의 행복을 기대한다. 2020년 달력에 나만의 행복을 만들어주는 달의 이름을 지어보자. 1월은 인사하는 달, 2월은 홀로 걷는 달, 3월은 어린 봄의 달….

이지현(뉴콘텐츠부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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