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1983년 전략방위구상(SDI)을 발표했다. 당시 가장 큰 위협이던 구소련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행 단계에서 요격하는 개념이었다. SDI는 요격 지점을 대기권 밖 우주공간으로 하는 구상도 포함하고 있어 ‘스타워즈 계획’이라 불렸다. 당시 인기를 끌던 조지 루커스 감독의 공상과학 영화에서 이름을 땄다. 85년에는 미사일에 대한 통합 대응을 위해 공군 예하에 우주사령부도 설립했다.

소련은 SDI가 우주 공간의 군사화를 초래한다고 강력 반발했다. 미국 내부에서도 비판 여론이 일었다. 하지만 레이건의 구상은 군비 경쟁에 불을 붙여 소련의 붕괴를 가속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련이 해체되자 93년 SDI는 사실상 폐기됐다. 우주사령부는 2001년 9·11테러를 거치면서 미 본토 방위와 테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기존 지휘계통에 흡수됐다.

우주 공간의 전략적 중요성을 다시 들고나온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지난 8월 우주사령부를 복원했고, 우주군(USSF) 창설을 독려해 왔다. 그가 지난 20일 앤드루스 기지 격납고에서 2020 국방수권법에 서명함으로써 우주군 창설에 필요한 입법 절차가 마무리됐다. 미국에서는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와 해안경비대에 이어 6번째 군대가 생기게 됐다. 1947년 육군에서 공군이 분리된 이후 72년 만이다. 우주군의 임무는 우주 내, 우주로부터의, 우주를 향한 공격을 저지하는 것이다. 1만6000명가량의 인원이 배치돼 우주사령부를 지원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주군 구상으로 레이건 대통령의 길을 재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주에서의 군사력 우위를 확고히 해 주도권을 지켜나감으로써 미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대통령의 반열에 오를지 불투명하다. 어쨌든 군비 경쟁이 우주로까지 확산되는 건 불행임이 분명하다.

우주군 창설에 대해 중국은 “우주를 평화롭게 이용해야 한다는 국제적 공동 인식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이라며 반대를 표시했다. 하지만 이미 우주군과 유사한 전략지원군을 가진 중국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우주에서까지 경쟁을 펼치고 있는 중국이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에 대해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북한 핵 대응 차원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알 텐데 원인 제공자는 놔두고 피해자만 압박하는 격이기 때문이다.

김의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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