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거룩성 회복 위해 양측 한발씩 양보

사랑의교회-갱신위, 극적 합의 안팎

오정현 사랑의교회 목사(왼쪽 두 번째)가 23일 서울 서초구의 한 호텔에서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 측과 화해 합의각서에 서명한 뒤 권영준 장로(오른쪽 첫 번째), 소강석 예장합동 부총회장(왼쪽 첫 번째)과 함께 기도하고 있다. 사랑의교회 제공

“합의서의 서명보다 중요한 건 마음이고 정신이고 진정성입니다. 화해의 과정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낮아짐, 양보와 세움, 사랑하는 마음이 전달되길 바랍니다.”(소강석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부총회장)

“오정현 목사님도 장점이 많은 분입니다. 정직과 겸손을 담은 진심 어린 사과가 성도들의 마음을 녹일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서초 예배당에서 양측 성도들이 같이 예배드리는 감격이 찾아올 것이라 기대합니다.”(권영준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 측 장로)

진정한 화해의 길을 소망하는 이들의 바람은 하룻밤 사이 조금 더 커져 있었다. 그동안 화해를 향한 테이블에 앉아 긴밀하게 논의해왔던 이들은 2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감격과 기대, 요청을 함께 전해왔다.

23일 오후 전해진 서울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와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대표 김두종 장로)의 화해 합의 소식은 당사자들은 물론 한국교회와 사회를 놀라게 했다. 양측은 7년여간의 내홍을 딛고 갈등에 종지부를 찍는 합의각서에 서명했다. 각서에는 각종 소송 취하, 예배공간 사용 및 신앙생활 보장, 교인 권징 해벌, 공동체 간 협력 등의 내용이 담겼다.

사랑의교회 측 대표로 논의를 진행해 온 강희근 장로는 “그간의 협의 과정을 돌아보면 상대방을 이해하고 용납하며 서로를 주님 은혜로 회복하게 하신 기적의 산물”이라고 고백했다. 협의의 물꼬를 튼 건 지난 7월말 당시 예장합동 부총회장 단독 입후보자였던 소강석(새에덴교회) 목사가 갱신위에 연락을 취해오면서였다. 권영준 장로는 “소 목사가 사랑의교회 사태를 바라보면서 큰 안타까움을 느껴왔다며 ‘자신이 썩어지고 밟히는 밀알이 돼서라도 중재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절절하게 전했다”고 회상했다.

오랜 기간 깊게 파인 감정의 골 때문에 첫 단추를 끼우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지난 10월 18일 양측의 공식 첫 만남에선 서로 일방적인 주장만 늘어놓다 1시간 반 만에 자릴 떴다. 그 후로 다섯 차례 만나는 동안 결렬 위기도 수차례 있었다. 그때마다 소 목사가 중재자로 나섰다. 그는 양측을 한자리에서 만나기 전에 10번 넘게 물밑접촉을 가지며 서로의 입장을 전달했다.

소 목사는 “대화를 나누는 동안 양측 모두 표현 방법에 차이가 있을 뿐 공동체를 사랑하는 마음은 같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며 “주님을 위해, 한국교회 거룩성 회복이란 대의를 위해 양측 리더가 성도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중재했다”고 설명했다.

양측 대표자가 각서에서 사죄한 내용도 교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오정현 목사는 “지난 시간 사랑의교회와 갱신위는 반목의 담을 높게 쌓아왔으며 이로 인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지 못했습니다”라고 사죄했다. 이어 “사랑의교회 대표자로서의 부덕과 대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하나님 앞에 회개한다”고 밝혔다. 갱신위 측도 “우리 모두 죄인임을 고백하고 오 목사의 허물을 예수님의 사랑으로 감싸겠다”고 했다. 또 “갱신과정에서 나타난 부덕의 허물을 언론과 사람 앞에 사과하고 사랑의교회 회복과 세움을 위해 합력한다”고 다짐했다.

화해의 과정이 초갈등사회를 맞은 이 시대에 좋은 본보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도 전했다. 강 장로는 “사랑의교회가 온전한 치유와 회복을 이뤄 한국교회와 사회, 세계선교에 더 크게 쓰임 받게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사랑의교회는 다음 달 4일 당회 의결, 12일 공동의회를 거쳐 15일 합의각서의 발효를 선언할 예정이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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