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회복에 필수적인 민간기업의 국내 투자가 제대로 이뤄질지가 관건이나 국내보다 해외 투자에 적극적
규제혁파와 노동개혁 통해 경제활력 살아나야 40대 일자리 생기게 될 것


정부가 최근 4개월 연속으로 취업자 수가 30만명 이상 늘었고 11월 기준 고용률이 역대 최고치라고 홍보하고 있는 가운데도 40대 고용 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11월 40대 취업자 수는 18만여명이 줄어 22개월째 하락세다. 문재인 대통령이 “40대 퇴직자들이 왜 퇴직하고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전수 조사한다는 각오로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면서 정부는 내년 3월까지 40대를 위한 맞춤형 고용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 19일 발표된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도 40대가 창업하는 기업에 세무·회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연 100만원 상당의 바우처를 제공하고 40대 이상 중장년 실업자 특화 훈련을 강화하고 고용촉진장려금 지급 대상에 40대를 포함하는 등의 대책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40대 고용 상황은 내년에도 나아질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

우선, 올해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일자리 사정이 좋아졌다고 하나 면밀히 들여다보면 민간 부문에서 좋은 일자리는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 11월의 일자리도 대부분이 정부 재정으로 만들어지는 60대 일자리(40만8000명)를 제외하면 오히려 줄었다. 주된 일자리에서 밀려난 40, 50대가 청년들과 경쟁하면서 단기 알바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주당 17시간 이하 일하는 단기 취업자는 지난달 38만6000명 늘어 증가 폭이 사실상 역대 최대치였다.

내년에도 40대 일자리는 계속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도에 올해보다 높은 2.4%의 경제 성장을 목표로 하나 기저효과가 사라져 고용 증가 폭은 올해보다 낮은 25만개로 전망하고 있지만 이마저 달성하기 어려울 듯하다. 경제 회복에 필수적인 민간 투자가 실제로 이뤄질지가 관건이다. 민간 투자 25조원 중 가시권에 있는 것은 10조원뿐이다. 문재인정부와 코드를 잘 맞추고 있는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도 내년도 취업자 수 증가를 정부 목표치보다 낮은 20만7000명으로 전망했다. 노동연구원은 제조업 등 주요 산업에서의 고용 부진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남성의 경우 40대는 물론이고 30대와 50대도 고용률 회복이 어렵다고 보았다. 고용증가 폭이 줄어든 가운데 내년도에도 새로운 일자리는 정부 재정으로 만들어지는 노인 일자리가 대부분일 것이다. 정부는 내년도에 세금으로 만드는 일자리 95만5000개를 공급할 계획인데, 그 가운데 60대 이상 노인 일자리가 올해보다 13만개 늘어난 74만개다.

좋은 일자리인 제조업, 금융산업의 상황은 심각하다. 제조업의 맏형인 자동차산업의 고용은 올해 1만여명이 줄었는데, 내년도에도 생산 및 고용절벽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은 정보기술의 혁신으로 일자리가 계속 줄고 있는데 이 추세는 지속될 것이다. 시중은행들은 내년 경영 목표를 하향 조정하면서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농협은행 등은 희망퇴직을 이미 실시했고 내년에도 비용 절감을 위한 모든 은행권의 지점 통폐합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자동차, 금융뿐 아니라 대한항공, 현대제철,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철강, 전자, 기계, 항공 등 많은 업종의 대표 기업들이 구조조정과 인력 감축을 올해 말 이미 하고 있다.

정부가 내년 3월 발표할 40대 일자리 맞춤 대책은 창업 지원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민간 부문의 투자가 살아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창업을 지원하는 대책은 큰 의미가 없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기업 경영에 비우호적인 국내보다는 해외 투자에 보다 적극적이다. 국내 설비투자는 6분기 연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데 올해 우리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액은 500억 달러를 넘어 사상 최대치가 될 전망이다. 해외자본의 투자 대상으로서 우리나라 위치는 흔들리고 있다. 외국인 직접투자는 200억 달러를 넘어섰으나 지난해와 비교해 50억 달러 줄어 2015년부터 이어온 증가세가 꺾였다.

내년도 정부의 경제운영 방향을 보면 기대보다 걱정과 우려가 앞선다. 경제 정책 운영 기조는 크게 바꾸지 않고 경기 회복에 방점을 두었으나 대책의 효과가 의심스럽다. 단기 경기부양에 집중돼 있고 우리 경제 고도화와 도약에 필수적인 노동시장 개혁 등 경제 체질과 관련된 것은 중장기 과제로 미뤄 놓았기 때문이다.

현 정부 들어 공공기관에서 성과연봉제 대신에 추진키로 한 직무급제 도입은 용두사미가 돼 버렸다. 정부와 공무원 노조가 성과연봉제 폐지를 둘러싸고 교섭을 하는 상황에서 호봉제 개혁을 내세우는 것은 내년에 더 늘어나는 재정 일자리 일몰제와 함께 허망하게 들릴 뿐이다. 국회 통과를 눈앞에 둔 ‘타다 금지법’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경제정책이 갈 길을 잃고 혼돈 속에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규제 혁파와 노동 개혁이 있어야 경제 활력이 살아나면서 40대들이 직장에서 밀려나지 않고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가지게 될 것이다.

박영범(한성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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