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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에서-김준동] 부동산, 과거를 알면 미래가 보인다

지난 58년 동안 규제-완화 반복된 부동산 정책… 과거에서 해결의 실마리 찾아라


부동산 시장이 혼돈의 연속이다. 대책 강도가 높아지면서 찬반 양론이 뜨겁다. 정부와 시장의 수싸움도 치열해지고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말이 있다. 부동산에도 딱 들어맞는다. 과거를 알면 미래가 보이는데 현재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지금의 위기만 틀어막으면 된다는 식이다. 과거에서 해결점을 찾지 못하면 또다시 악순환이 되풀이되는데 말이다. 예전 부동산 시장 흐름에 따라 어떤 정책들이 시행됐고 또 그 정책이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를 짚어보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이는 정책과 시장이 대립하고 있는 현 상황을 적확히 진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역대 정권으로의 부동산 시간 여행을 떠나보자.

박정희정부(1961~79) 때는 부동산 상승의 시작을 알렸던 시기다. ‘한강의 기적’으로 대변되는 불도저식 국토 개발과 경제 개발이 지속적으로 추진됐고 후반기에는 영동 개발로 강남 시대를 열었다. 70년 중반 이후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개발되면서 투기의 대명사인 ‘복부인’이 등장하기도 했다. 전두환정권(80~87)에서는 부동산이 본격적으로 상승했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정부는 2차 석유파동과 정치 불안으로 경제성장률이 떨어지자 민심을 잡고자 주택경기 할성화에 집중했다. 노태우정부(88~93)는 1기 신도시로 집값을 잡는 등 공급 확대와 수요 억제의 이상적인 부동산 정책을 펼친 것으로 평가받는다. 꾸준히 상승했던 부동산 가격이 88서울올림픽을 계기로 폭등 양상을 보이자 토지 공개념을 도입해 토지초과이득세를 부과하는 한편 주택 200만 가구 공급 대책도 발표했다. 수도권의 1기 신도시(평촌 산본 일산 분당)가 이 시기에 만들어지는 등 공급한 주택만도 총 214만 가구에 달했다.

김영삼정부(93~98) 초반기에는 노태우정부 시절 집값 안정이 그대로 이어졌으나 후반기에는 IMF 경제위기로 부동산 시장의 암흑기를 맞았다. 김대중정부(98~2003)는 초기에 경기 부양을 위한 부동산 완화 정책을 집중적으로 시행했다. 하지만 쏟아진 규제 완화 대책으로 하반기 부동산 시장은 서서히 달아올랐다. 개발제한구역 해제와 저금리 등이 이어지면서 강남 재건축 기대심리는 확산됐고 교육열이 높은 학부모들의 강남 유입도 늘면서 강남 집값은 과열됐다. 김대중정부의 여파도 있었지만 노무현정부(2003~2008)에서의 부동산 시장은 폭발했다. 부동산 대책이 30여 차례나 쏟아졌지만 서울 아파트값은 57%나 치솟았다. 오죽했으면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신년 연설에서 “부동산 문제에 대해 죄송합니다. 올라서 미안하고, 또 국민 여러분을 혼란스럽게 하고 한 번에 잡지 못해서 미안합니다”라고 사과했을까.

이명박정부(2008~2013)는 국제 금융위기와 전 정부 시절 누적된 규제로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꾸준히 규제를 풀었지만 일관성 없는 대책으로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 박근혜정부(2013~2017) 때는 5년간 양도세 면제 등 파격적인 규제 완화 정책을 펴면서 서울 집값 폭등의 시작을 알렸던 시기다. 문재인정부(2017~)는 어떤가. 임기 절반을 약간 넘겼지만 벌써 18차례의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8·2, 9·13 대책에 이어 이번 12·16 대책까지 역대 정부 사상 최고일 정도로 강도는 높아지고 있다.

과거 정부 부동산 정책들의 큰 흐름을 보면 ‘완화(박정희, 전두환)→규제(노태우)→완화(김영삼, 김대중)→규제(노무현)→완화(이명박, 박근혜)→규제(문재인)’로 반복을 거듭했다. 문제는 역대 정권마다 근시안적인 부동산 정책을 펴왔다는 데 있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과거와 미래를 등한시한 채 현재의 시장에만 매몰됐다. 2006년 노무현정부의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실에서 작성한 ‘일본 부동산 버블 경험의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 이런 대목이 있다. “과거 냉온탕식 정책에 의해 정책의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이 남아 있으므로 정책의 근간을 유지하고 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부동산 버블 붕괴 시 경제적 충격이 매우 크며 대응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정책 운용을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버블이 형성되어 있을 경우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급격히 터뜨리지 말고 서서히 둔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답이 바로 여기에 있다.

김준동 공공정책국장 겸 논설위원 jd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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