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관계 전문가인 중국 외교학원의 쑤하오 교수가 지난 22일 베이징의 한 카페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쑤하오 교수는 대북 제재가 완화되지 않으면 북·미 대화의 교착 상태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0년에도 북·미 관계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교착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봅니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제재 일변도로 여지를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북 제재를 완화해야 출구가 보입니다.” 중국 외교학원의 국제관계 전문가인 쑤하오 교수는 최근 중국 정부의 주장처럼 대북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게 북·미 대화의 교착상태를 깨는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한·중 관계가 완전히 회복되려면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쑤하오 교수를 지난 22일 베이징 시내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북 제재 완화 결의안 초안을 제출한 배경은.

“북한이 핵 폐기로 가는 전제는 체제 안전 보장이며,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도 필요하다. 현재 북핵 문제가 교착된 것은 압박으로 일관하는 미국의 태도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본다. 핵을 가진 북한은 미국이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좋은 핑계가 된다.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폐기하면 미국이 중국을 견제할 카드가 줄어든다. 미국이 대북 제재 완화에 반대하는 이유다. 대북 제재를 완화하면 남북, 북·중, 북·미 등 서로에게 이익이다. 체제 보장과 경제 발전 기회를 제시한다면 북한은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북한이 아니라 미국에 있다. 미국이 움직이지 않으면 중국은 다자간 방식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중·러가 6자 회담을 제안한 것이다.”

-북한은 정권에 위협이 될 텐데 ‘개혁개방’ 의지가 있다고 보나.

“과거에는 개혁개방이 정권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그러나 북한은 중국을 통해 배우고 있다. 중국은 개혁개방을 해도 당의 지도력과 국가 체제가 달라지지 않고, 중국은 그대로 공산당의 나라라는 것을 보여줬다. 중국인들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개혁개방해도 정권이 망하지 않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개혁개방으로 인민들의 삶이 나아지면 김정은 정권도 더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김 위원장도 전략적 목표를 경제 발전으로 바꾸는 등 몇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핵무기는 언제든 교환 가능한 전략적 카드가 됐다.”

-유엔 대북 제재 상황에서 한국의 역할은 있나.

“한국은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남북 관계는 모처럼 진전을 이뤘는데, 한국이 먼저 이를 파괴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은 미국과 동맹 관계인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문재인 대통령을 그다지 존중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한국도 동맹국으로서 미국에 할 말은 해야 한다. 그래야 미국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중·러가 ‘남북 간 철도 도로 협력사업’을 제안했는데.

“철도 협력은 중국도 아주 중시하고 있다. 남북 철도가 소통할 수 있다면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남북 철도는 북한 경제 발전 및 중국 동북 지역 활성화와도 관련된 프로젝트다. 철도가 연결되면 남북의 추가 협력이 가능해지고, 3국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갖는다. 동북 지방은 북한이 사이에 있어 한국과의 교류가 막혀 있는데, 남북 철도가 뚫리면 동북 지역으로 바로 연결된다. 문 대통령도 신북방정책을 들고 나왔다. 러시아까지 동북아 전체를 아우르면 동북 지역 경제 발전에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북·미 관계에 대한 전망은.

“김 위원장은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원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원하는 것을 주지 않으려 하는 게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 ‘카드’를 포기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올해 북·미 관계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강하게 압박해 지지를 얻으려 할 수도 있겠지만 미국이 계속 압박해도 북한이 붕괴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북한 사람들은 근성이 강하고 고통을 잘 견딘다. 더 이상 가난해질 것도 없다. 북한의 붕괴는 중국과 한국도 원하지 않는다. 미국의 압박은 북한의 붕괴를 이끌어낼 수 없다.”

-미·중 무역협상은 ‘1단계 합의’를 이뤄냈다. 향후 협상은 어떻게 되나.

“1단계 합의는 미래의 미·중 경제 관계의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과학기술, 금융 등 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가 남아 있다. 미국은 중국이 자국을 앞지르거나 강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미국은 무기와 항공 우주, 주요 과학기술 분야 등에서 중국의 추월을 최대한 막으려 한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의 발전을 다소 늦출 수 있어도 아예 막을 수는 없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중국의 마지노선은.

“첫째는 중국 경제구조 문제다. 미국은 민영기업과 경제의 자유로운 발전을 강조하지만, 중국은 경제에 대한 국가의 통제를 중시한다. 국민 경제를 떠받치는 일부 산업은 국가의 통제가 필요하다. 국유기업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경제구조를 미국식으로 개혁하라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 둘째, 정부의 보조금은 반드시 필요하다. 일부 국영기업들은 보조금을 줘야 유지될 수 있다. 국유기업의 민영기업화, 국영기업에 대한 보조금 축소 등은 수용하기 어렵다. 미국 말대로 하면 중국 경제에 큰 혼란이 올 수 있다. 셋째, 미국은 ‘중국제조 2025’를 포기하라고 요구하는데, 중국의 발전은 반드시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 첨단 과학기술 발전을 포기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시 주석과 문 대통령이 만났다. 한·중 관계 전망은.

“한국과 중국 모두 양국 관계를 한 단계 진전시키려는 의지가 강하다. 사드(THAAD) 갈등 이후 한·중 관계가 악화됐지만, 지금이 관계를 회복할 기회다. 각자 이익 측면에서 한국은 중국과 협력이 필요하고, 중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동맹인 한국과 중국의 협력은 미·중 간 갈등을 완화하는 데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한·중·일 협력회의는 새로운 출발이다. 중국은 한국에 제재를 하지 말라고 일본을 설득할 수도 있다. 시기는 불투명하지만 시 주석은 한국을 방문할 것이다. 시 주석이 조속히 한국을 방문해 문 대통령과 만나기를 바란다. 그러면 양국 관계가 한층 좋아질 것이다.”

-최근 리커창 총리의 삼성전자 공장 방문은 한·중 관계 회복의 신호인가.

“당연하다. 사드 갈등 이후 한·중 관계가 꼬였지만 중국은 한국과의 관계 발전을 중시한다. 한·중 관계의 핵심은 경제협력이다. 과거 한국의 투자는 중국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중국은 한국과의 산업 생태계 구축을 원한다. 한·중 관계는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

쑤하오 교수 약력

△베이징사범대 역사학과

△중국 외교학원 국제관계학 박사

△중국 아시아태평양연구학회 이사

베이징=글·사진 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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