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연한 대한민국 영토인데 대한민국 주권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있다. 각국의 주한 외교공관이다. 빈 협약에 따라 대사관, 영사관 등 외교공관은 공관국 땅이다. 우리나라에는 외교공관 말고도 우리가 주권을 행사할 수 없는 곳이 또 하나 있다. 주한미군기지다.

주한미군기지는 한·미 행정협정(SOFA)에 의거, 대한민국의 법률과 사법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다. 미군이 반환하기 전까지 미국 영토로 인정되고, 미 연방법과 군법이 적용된다. 미군이 먼저 요청하지 않는 한 우리 경찰이나 소방대원이 진입할 수 없다. 기지 내에서 사고나 화재가 발생해도 미군 자체적으로 수습한다. 또한 대한민국 고유 주소가 있는데도 APO(Army Post Office)라는 가상의 주소를 사용한다.

전국에 흩어진 주한미군기지들이 평택 캠프 험프리로 재배치되면서 서울 한복판 용산 미군기지 터가 시민 품에 안길 날도 멀지 않았다. 정부는 이곳을 뉴욕 센트럴파크에 버금가는 국가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계획 아래 지난 23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제1회 용산공원조성추진위원회를 열어 공원 면적을 기존 243만㎡에서 303만㎡로 넓히기로 했다. ㎢로 환산하면 3.03㎢로, 센트럴파크(3.41㎢)보다 약간 작다.

공원 면적을 확장키로 한 결정은 환영할 일이다. 다만 용산 기지 한가운데 위치한 드래곤힐호텔이 공원 부지에서 제외된 건 아쉽다. 드래곤힐호텔은 8만4000㎡ 부지에 지상 9층, 지하 3층짜리 건물로 현 서울지방경찰청 자리에 있던 미군 전용 숙박시설 내자호텔이 사직터널 도로 확장으로 헐리면서 1990년 지금의 위치에 들어섰다.

이곳이 미군 전용시설인 만큼 출입이 까다롭다. 하지만 한국인도 출입증이 있거나 그런 사람이 동행하면 식당, 수영장, 카지노 등 호텔 부대시설 이용은 물론 숙박도 가능하다. 이곳을 경험한 사람들은 시내 5성호텔 부럽지 않은 시설에 한 번, 값싸고 질 좋은 스테이크 맛에 두 번 놀란다고 한다. 한때 주한미군기지 출입증이 ‘행세깨나 하는 사람’의 징표로 여겨지던 이유도 일반인이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을 할 수 있어서였다.

기지가 평택으로 이전해 과거에 비해 이용객이 줄었지만 주말이면 이곳의 스테이크 맛을 잊지 못하는 미군들로 여전히 붐빈다고 한다. 아직 미군이 이용하는 시설이어서 공원부지에서 제외된 듯하다. 미군에겐 추억의 장소일지 몰라도 용산공원의 화룡점정을 위해선 이곳의 공원화가 필요하다.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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