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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남호철] 공유숙박


공유경제가 화두(話頭)다. 공유경제란 자산·서비스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활용해 효율성을 제고하는 경제모델이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특징인 현세기의 자본주의 경제에 대비해 물품을 소유의 개념이 아닌 서로 임대·임차해서 쓰는 개념이다. 세계적으로 교통·숙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모델이 퍼지고 있는 추세다.

‘굴뚝 없는 공장’으로 불리는 관광산업에서도 공유경제는 최근 세계적인 트렌드다. 수많은 전 세계 관광객들이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잡고 우버(Uber), 리프트(Lyft) 등을 이용해 이동한다. 북미나 서유럽에서는 다양한 공유 플랫폼을 도입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국내에서도 공유숙박이 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발간한 ‘공유숙박 확대 논의와 향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관광진흥법’에 따른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은 2013개 업체(5734객실), 한옥체험업은 1324개 업체(5862객실)가 등록돼 있다. ‘농어촌정비법’에 따른 농어촌민박사업은 2만7259개 업체(8만7719객실)가 신고돼 있다. 에어비앤비를 통한 공유숙박은 101만명(2016년)에서 294만명(2018년)으로 2년 새 191% 증가세를 보였다.

현재 국회에는 두 건의 ‘관광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된 상태다. 관광객 이용시설업에 ‘공유민박업’을 신설하고 연간 180일 영업일수, 겸영금지, 안전기준 등 준수사항, 행정처분 등의 내용을 담았다. 개정안은 소관상임위원회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수년째 계류 중이다.

정부는 올 1월 관광진흥법을 개정해 연 180일 이내로 도시 지역 숙박 공유를 내국인에게도 허용하기로 했다. 이어 4월에는 ‘관광혁신전략’을 발표하며 공유경제, 체험경제, 스마트경제 중심으로 관광산업의 체질을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플랫폼경제·공유경제 중심의 융복합 산업으로 바뀌고 있는 관광산업이 사회나 기술 변화에 빠르게 따라가도록 지원키로 했다. 그러나 실행은 지지부진했다. 모텔, 민박, 호텔 등 기존 숙박업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구체적인 후속 조치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 규제 해소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에어비앤비는 현행 공유숙박 관련 정부 규제와 개정안 문제점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했다. 현행법상 공유숙박 형태로 영업이 가능한 업태는 한옥체험업, 농어촌 민박업,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정도다. 농어촌 민박업은 주택 소재지가 읍·면에 해당하거나 농어업과 관련된 지역에서만 허용된다. 외국인관광 도시 민박업은 도시에서 숙박업을 할 수 있지만 외국인만 허용한다. 내국인은 한옥을 제외하면 도시에서 공유숙박을 이용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말 약간의 숨통이 트이는 조치가 있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제7차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에서 규제 샌드박스 일환으로 서울 지하철역 중심 공유숙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여기에도 조건이 덕지덕지 따라붙었다. 지하철역 반경 1㎞ 이내 호스트가 위치해야 하며, 영업일수도 180일 이내로 제한했다. 또 연면적 230㎡ 미만 등의 주택으로 제한하는 등 규제를 풀겠다면서 또 다른 ‘규제’가 더해졌다.

공유숙박은 한정적 자원의 효율적 재분배, 공유숙박 제공자의 부가소득 창출, 숙박 선택의 다양화 및 저렴한 가격 등 긍정적인 측면과 기존 관광숙박업의 경제적 타격, 공유민박 활성화 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 오버투어리즘에 따른 사생활 침해 우려, 미등록 불법시설 난립 등 부정적인 측면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기존 관광사업체의 수익이 줄어들 수 있겠지만 지역주민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빈집을 활용해 더 크고 넓은 집을 저렴한 가격에 이용하려는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진다면 머뭇거릴 이유가 없어 보인다.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책을 제도화하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이다.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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