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15일 치러지는 21대 총선은 한국의 정치 시간표상 매우 중요한 이벤트다. 먼저 2022년 3월 대선을 2년 앞두고 열리는 선거인 만큼 승패에 따라 향후 문재인정부의 국정운영 동력이 좌우될 수 있다. 또 21대 의회권력 지형도가 어떻게 그려지느냐에 따라 차기 대선 구도는 물론 대선주자들의 행보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아울러 20대 국회는 역대 가장 무능하고 무기력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진보와 보수 양 진영의 세력 교체 요구를 강하게 불러일으켰다. 때문에 21대 총선은 기존의 정치 패턴을 유지하는 ‘정상 선거(normal-election)’가 아니라 17대 총선 이후 유지돼온 기득권 정치를 해체하고 새로운 정치 질서를 구축할 ‘중대 선거(critical-election)’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여권 잇딴 자책골에도‘야당 복’?

집권 중반기의 총선은 정권을 심판하는 성격이 강하다. 문재인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역시 이런 선거 구도를 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저조한 경제성장률,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 여전한 양극화 지표, 불안한 한반도 상황까지 어느 것 하나 국민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는 정부·여당의 정책 기조뿐 아니라 도덕성에도 의심을 품게 만들었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31일 “정치 외교 경제 분야에서 이렇다 할 성과가 안 보이고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역시 고정 지지층 외에 답보 상태”라며 “전통적으로 지방선거가 중간평가 성격이 강했는데 2018년 지방선거는 2017년 대선 이후 1년도 채 안 돼 열렸기 때문에 이번 총선이 진정한 의미의 중간평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시중의 우스갯소리처럼 현 여권은 ‘야당 복(福)’이 있음이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40%대를 유지하고, 민주당의 지지율도 40%대 안팎을 넘나들고 있는 반면,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20%대 초반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자기 개혁보다 정부·여당 비판에만 몰두해온 한국당에 국민들이 마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엠브레인이 지난 13~14일 성인 1011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 결과 여당의 국정안정론과 야당의 정권심판론 중 어느 쪽에 공감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7.0%가 국정안정론을 택했다. 30.1%가 정권심판론이라고 응답했고, 12.9%는 태도를 유보했다. 여야 모두 마음에 안 들지만 상대가 있는 선거에서 마음에 더 안 드는 야당을 응징하는 구도가 될 경우 최근 영국 총선처럼 여당이 반사이익을 거둘 수도 있다.

어느 당이 중도층 마음 얻을까

20대 국회는 여러 면에서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 강한 인적 쇄신을 다짐하며 총선까지 남은 100여일간 자기 쇄신 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진영 결집이 뚜렷한 상황에서 중도층은 결국 각 정당의 인적 쇄신 결과물을 보고 움직일 공산이 크다. 민주당은 당 안팎에서 거센 ‘386세대 교체론’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건이다.

‘일여(一與) 다야(多野)’ 구도로 치러지는 선거에서 전문가들은 한국당 행보에 시선을 두고 있다. 한국당은 중도층을 놓고 현 여당은 물론 보수 세력과도 경쟁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 체제에서 얼마나 새로운 인물을 내세워 공천을 잘 하느냐가 일차 관전포인트다. 김형준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보수가 분열된 채 여당과 선거를 치러야 하는 구도에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건 어떤 인물을 수혈하느냐가 될 것”이라며 “한국당이 현역 50%를 물갈이한다고 한 만큼 이 부분을 잘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동안 황교안 대표는 국회에서의 대화와 타협이라는 제도권 정치 대신 장외투쟁을 통한 포퓰리즘에 기대 극우 지지층을 결집시켜 왔다.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는 “최근 한국당의 행보로는 중도층, 특히 수도권 표심을 얻기 힘들어 보인다”며 “향후 현 지도부 체제로는 총선 승리가 어렵다는 위기감이 커지면서 비대위 체제로 가거나 당이 깨져버리는 등의 변수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한국당이 흔들리고, 유승민 의원이 중심이 된 새로운보수당이 창당된 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까지 복귀하면 유례없는 다야 구도가 형성된다. 안 전 대표가 중심이 될 경우 갈 곳을 못 찾고 있는 중도층이 쏠릴 가능성도 있다. 당(黨) 대 당(黨) 보수 통합은 쉽지 않으리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보수 진영에서의 선거 연대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특히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18세부터 선거에 참여할 수 있고, 어느 때보다 청년 이슈가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10, 20대 유권자 표심을 누가 잡느냐의 싸움 또한 치열할 전망이다.

북한 변수, 누구에게 이로울까

전문가들은 상반기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영역에서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 이슈를 두고 북·미 간 힘겨루기가 이어지면서 북한 정권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무력도발을 강행할지가 최대 변수다. 이 경우 남북 관계 및 안보 이슈가 선거판을 좌우할 수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이 미국에 무언가 보복을 하게 되면 미국도 가만히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한반도의 위기지수가 올라갈 경우 결국 대북 문제가 총선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미 간 갈등이 커지고 무력도발을 통한 위기감이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안보를 강조하는 보수당에 유리할 수 있다.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깜짝 대화 등 국면을 전환시킬 이벤트가 일어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한반도 비핵화의 중재자론을 자임하며 평화 이슈에 주력해온 여당에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나래 김용현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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