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훈씨가 지난 26일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물류업체 본사 앞에서 자신의 8.5t짜리 대형 트럭을 세워둔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시흥=권현구 기자

어린 시절부터 키워온 꿈을 좇아 나만의 길을 걷고 있는 20대 초반의 청년들이 있다. 초·중·고등학교를 나와 대학에 진학하는 일반적인 코스에서 벗어나 남들보다 조금 일찍 사회에 발을 디딘 청년들이다.

지난 26일 경기도 시흥에 있는 대형화물 전문 물류업체 상민운수 본사에서 업계 최연소 사장님으로 불리는 김기훈(23)씨를 만났다. 건장한 체격의 김씨는 컨테이너 적재함 길이만 10.2m에 달하는 8.5t짜리 대형 트럭을 몰고 나타났다. 그는 개인사업자 등록을 한 어엿한 사장님이다.

김씨가 트럭과 화물 운송에 관심을 가진 건 삼촌 영향이 컸다.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남들이 가보지 못한 보물 같은 장소를 찾아다니는 게 좋아 보였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스무 살 되던 해 1종 대형 운전면허를 취득했다. 군대에선 운전병으로 버스와 트럭을 몰다 지난해 8월 전역과 동시에 일터에 뛰어들었다.

그는 “여섯 살 때부터 대형 트럭을 운전하는 게 꿈이었다. 하고 싶었던 일을 하니 삶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힘들 때도 있지만 트럭 특유의 웅장한 엔진소리를 들으면 힘이 불끈 솟는다”고 하는 그는 이 직업이 천직이라고 했다.

화물 운송이 거칠고 보통 사람들이 선망하는 직업은 아니기에 김씨 부모와 친구들은 그에게 대학 진학을 권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씨의 생각은 확고했다. 그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남들이 다 간다고 꼭 대학에 갈 필요가 있나 싶었다”며 “학벌, 직업에 대한 편견을 깨야 성공하고 행복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한 달에 적게는 300만~500만원, 많을 땐 1000만원 이상 수입을 올린다고 한다. 근무 일정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점도 이 일의 매력이다. 그는 “친구들을 만날 때 밥값 계산하는 건 나의 몫”이라며 웃어 보였다.

김씨는 최근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차근차근 경험을 쌓아 대형 물류업체를 직접 차리는 것이다. 그는 “20대는 맘껏 배우고 도전할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처럼 즐기며 일하다 보면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황영선 순경이 지난달 서울 마포경찰서 관할 서강지구대에서 순찰 근무를 하고 있다. 황영선씨 제공

황영선(22)씨는 서울 마포경찰서 관할 서강지구대 소속 신임 순경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경찰이 꿈이었다.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는 경찰들을 보면서 존경심이 생겼다고 한다. 황씨는 “경찰 제복을 입은 사람을 보면 나도 모르게 눈이 갔다”고 했다.

황씨는 고등학교 1학년이던 때 경찰 제복을 입고 학교에 찾아온 선배들을 본 뒤로 완전히 마음을 굳혔다. 그는 “경찰이 된 선배들을 보니 제 꿈이 더 선명해졌다”며 “하루라도 빨리 경찰이 되고 싶었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고 말했다.

황씨는 2016년 고등학교 졸업 후 경찰 공채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황씨 부모 역시 처음에는 대학부터 가고 경찰시험을 준비해도 늦지 않다고 설득했다. 하지만 일선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배우고 싶다는 황씨의 결심을 꺾지는 못했다.

황씨는 최근 3개월간의 실습 생활을 마치고 지구대에 배치됐다. 항상 긴장한 상태에서 출동과 대기를 반복하는 일상이 때때로 버겁기도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는 “하고 싶었던 일이고 무엇보다 스스로 결정한 일이기 때문에 보람이 있고 즐거움을 느낀다”며 “현장에서 함께 뛰는 선배들과 부모님의 격려도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황씨 친구들은 대부분 대학에 진학해 현재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또래들보다 조금 빨리 꿈과 직업을 모두 잡았다는 안정감이 있다”며 “앞으로 자기계발을 꾸준히 하면 그만큼 성장할 기회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우수(21)씨는 지난해 10월 요리사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서울의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는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부모님은 대학에 갈 줄 알았던 아들이 요리사가 되겠다고 하자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 박씨는 부모님 반대에 꿈을 접을까 고민도 했지만 이 길밖에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박씨는 “중학생 때부터 마음속에 간직했던 요리사가 되기 위해 현장에서 일을 배우기로 했다”며 “조금이라도 일찍 제대로 일을 배워야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현재 서울의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일을 배우고 있다. 주방 설거지 등 기초적인 것부터 하나하나씩 배우기 시작했다. 하루에 10시간가량 주방에 서 있어야 하는 어려움도 있지만, 좋아하는 일이라 힘들어도 견딜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후회는 없다. 겨우 걸음마를 떼고 시작하는 단계”라며 “아직도 모든 게 서툴고 실수도 하지만 하루하루 일을 배우기 바빠 다른 것은 생각한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어린 시절부터 먹는 것을 좋아했다. 어떻게 하면 음식을 더 맛있게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사람들이 요리하는 모습을 보면 세상에서 가장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의 꿈은 멀지 않은 미래에 자신만의 특색 있는 대표 메뉴를 개발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눈과 입을 즐겁게 만들고 싶다는 게 이유다. “꿈만 믿고도 뛰어들 수 있는 나이잖아요. 제 또래들도 명확한 꿈이 있다면 일단 겁 없이 도전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시흥=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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