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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춘추-배병우] 예측불허 정부가 문제다


정치적 논리로 시장과 가격에 직접 개입하는 정책 잇따라
혁신성장 외치면서 표 의식해 ‘타다’ 없애려는 게 대표적 사례

느닷없는 자사고 폐지 정책과 15억원 넘는 주택 대출 전면 금지한 것도 반시장적

대외 환경 탓하기보다 이런 불확실성 없애는 게 우선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준비할 때다. 2019년은 집권 3년차 문재인정부의 능력과 정체성이 뚜렷이 드러난 해였다. 외교안보 정치 경제 등 국정 대부분에서 현 정부의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북한은 사실상 핵 보유국 지위를 굳혀 가고 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평화만을 읊조렸다. 핵무기 앞의 평화는 어떤 의미인지, 과연 평화라고 할 수 있는지 많은 국민이 묻고 있다. 전후 70년 안보의 기둥이었던 한·미·일 협력체제에 금이 가고 있다. 그 책임을 한국 정부 탓으로만 돌리는 건 공정하지 않다. 하지만 정부는 균열을 고치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 그러면 대안은 무엇인지, 그 대안의 성공 가능성이 있기는 한지 국민들은 불안하다.

경제는 또 어찌할 것인가. 현 경제 상황은 단순한 경기 사이클상 침체가 아니다. 중장기 성장동력의 급격한 하강이 문제의 본질이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자해(自害)적 경제정책의 영향이 크고 깊다. 민간부문은 빈사 상태다. 재정만 퍼부어 연명하고 있다. 올 상반기 민간투자의 성장기여도가 -2.2%다. 기업투자가 워낙 줄어 성장률을 크게 갉아먹는 비정상이 벌어지고 있다. 외환위기 때나 나타났던 현상이다. 한 경제가 보유한 생산요소를 모두 가동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이룰 수 있는 최대 성장치가 잠재성장률이다. 2017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8~2.9%였다. 인구 감소까지 맞물려 이르면 내년부터 그 수치가 1% 초반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를 근거 없다고 부정하기 힘들게 됐다.

정부는 촛불 항쟁의 정신을 이어받은 ‘촛불 정부’, 가장 민주적인 정부를 자처했다. 국민들도 이를 믿었다. 그 정체성이 뿌리째 흔들린 것도 올해였다. 조국 사태가 분수령이었다. 대통령이 “조국 구속”과 “조국 수호”로 나뉜 분열의 정치를 부추겼다. 지지층만 바라보는 정치를 한다는 점에서 박근혜정부와 이번 정부가 다르지 않았다. 오징어잡이 북한 주민의 강제 북송도 정부의 정체성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인권과 민주, 생명존중 등 진보적 가치를 강조해 온 이번 정부가 탈북자를 이틀간 졸속 조사한 후 비밀리에 북송을 시도했다는 것은 충격적이었다.

2020년은 달라질 것인가. 외교안보 난맥, 경제난에 대한 책임이 제기될 때마다 정부가 화살을 돌리는 대외 환경을 보자. 내년은 무역에 한정됐던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경쟁이 군사안보 분야로까지 확산하는 해가 될 것이다. 미국의 인내심이 바닥나고 행동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양국 간 직접적이고 위험한 조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2020년 전망’ 특집 기사에서 내년에 세계가 주시해야 할 최대 화약고로 남중국해를 지목했다.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한국 외교의 운신 폭은 더 줄어들 수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와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이 충돌하는 가운데 한국에 대한 ‘줄 서기’ 요구는 더욱 강도가 세질 것이다. 1년6개월간 지속된 미·중 간 관세 보복전은 멈췄지만 일시적 휴전에 그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불붙인 보호무역주의는 더욱 힘이 세질 것이고, 무역으로 먹고사는 한국의 고통은 커질 것이다.

하지만 더 큰 위험은 외부보다 국내에 있다고 생각된다. 무엇보다 국정의 예측가능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목소리 큰 집단의 환심을 사고 표를 얻는 데 급급해 국정의 일관성과 시장경제 원칙이 온데간데없어지고 있다. 정부가 혁신성장을 부르짖고 있지만 ‘타다 금지법’이 국회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후진국에서도 일반화된 승차공유 서비스가 한국에서는 전멸할 판이다. 당초 타다 서비스를 승인했던 정부가 표변한 이유가 택시업계의 표 때문임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혁신에 따른 피해자 구제 등 ‘시장의 실패’를 교정하면서도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의 도입은 허용하는 게 정부의 할 일이다.

정부의 느닷없는 특목고·자사고 폐지 정책도 ‘기계적 평등’에 매몰된 정치 논리에 따른 결정이다. 학부모와 학생의 교육 선택권을 일방적으로 제약한다는 점에서 반(反)시장적이기도 하다. 예고도 없이 시세 15억원이 넘는 주택에 대해서는 대출을 전면 금지한 12·16 부동산대책은 위헌·위법 소지가 크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이번 대책은 공론화 과정이 없었고, 대비할 최소한의 유예기간도 없었으며, 또 불법 없이 정당하게 쌓은 부라면 응당 보호받아야 할 사익이 침해됐다”면서 “자유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반시장적이고 위법 논란이 일고 있는 정책들이 기업과 개인에게 보내는 신호는 이렇다. 정부 정책은 믿을 수 없고, 예측불가라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사회가 안정되고 경제가 발전될 리 없다. 정부가 반도체값 상승 등 확실하지도 않은 긍정적 대외 변수에 기대를 걸 때가 아니다. 새해에는 반기업을 넘어 반시장에 이른 조치들을 거둬들이겠다는 결심부터 할 일이다.

논설위원 bwb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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