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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꼼수 정치

라동철 논설의원


한국 정치판은 불가사의하다. 일반인들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다반사로 벌어진다. 자당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정치 법도는 고사하고 염치마저 내팽개친 채 기상천외한 꼼수 부리는 걸 마다하지 않는다. 2000년 벌어진 새천년민주당(민주당)의 의원 꿔주기는 그중 압권이다. 그해 4월 총선에서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이 17석을 얻는 데 그치자 민주당은 교섭단체로 만들어주려고 그해 말 지역구 의원 3명을 탈당시켜 자민련에 입당하도록 했다. 자민련이 이에 반발하는 자당 의원 1명을 제명하자 민주당은 의원 1명을 추가로 입당시켜 기어이 자민련을 교섭단체로 만들어줬다. DJP 연합정부의 성공을 위한 공조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총선 민의를 거스르고 정당정치의 근거마저 허물어버린 구태였다.

소속 정당과 실제 활동하는 정당이 다른 의원들이 여럿인 20대 국회 풍경도 요지경이다. 박주현, 장정숙 의원은 바른미래당 소속이지만 박 의원은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 장 의원은 대안신당 수석대변인이다. 국민의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후 정치권 이합집산 과정에서 선택지가 갈렸는데 자진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게 되는 비례대표라는 이유로 바른미래당 당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 소신과 의원직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게 정도일 텐데 이도저도 포기하지 않으려는 기묘한 줄타기에 정치는 희화화되고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는 공직선거법 개정 과정도 변칙과 꼼수의 연속이었다. 민의(정당지지율)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게 비례성을 강화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는 게 당초 취지였지만 당리당략이 끼어들면서 개정안은 누더기가 됐다. 더불어민주당과 군소정당들이 참여한 ‘4+1 협의체’의 최종 합의안은 지역구 253석, 비례 47석이다. 비례 30석에 대해 연동률 50%를 적용하는 것을 빼면 현행과 달라진 게 없다. 자당 의석을 한 석이라도 더 확보하겠다는 욕심에 개정 취지는 빛이 바랠대로 바랬다. 이 와중에 자유한국당은 비례대표 당선만을 목적으로 하는 위성정당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정당 쪼개기를 통해 지역구는 물론 비례대표 의석까지 최대한 확보하려는 꼼수다. 좋은 인물, 좋은 정책으로 유권자의 표심을 얻으려 하기보다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어 정치적 이득을 노리겠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로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환멸이 더 깊어질 것 같다.

라동철 논설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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