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는 대부분의 조직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최고책임자가 저간의 성패를 정리하고 한 해 동안 추구해나갈 새로운 목표와 방향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폐쇄적이고 응집력이 강한 북한 사회에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야당이나 이렇다 할 반대세력이 없기 때문에 최고지도자의 신년 메시지는 고스란히 국정에 반영된다.

과거 김일성 주석은 주로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했다. 1946년 북조선공산당 책임비서 자격으로 내놓은 ‘신년을 맞이하면서 전국 인민에게 고함’부터 94년 마지막 신년사까지 직접 읽었다. 연안파 등을 숙청한 직후인 57년에는 신년사가 없었고 66년과 70년엔 노동신문 사설로, 87년에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로 각각 대체했다. 반면 대중에 모습을 드러내기를 즐기지 않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95년 이후 노동신문을 비롯한 2~3개 매체에 공동사설을 싣는 형태로 신년사를 대신했다.

2012년 김정은의 첫 신년사도 공동사설 형식을 이어받아 선군 정치 계승과 강성 부흥 전략 등을 강조했다. 하지만 2013년도엔 할아버지의 방식이던 육성 신년사를 19년 만에 부활했다. 2017년부터는 인민복 대신 양복을 입고 나왔고, 지난 1월에는 소파에 앉은 모습으로 이미지 변신을 꾀하기도 했다.

김정은 체제의 신년사 내용은 강경과 온건이 교차했다. 박근혜정부 출범을 목전에 뒀던 2013년과 이듬해엔 남북 관계 개선을 강조했고, 다음 해엔 “남북 최고위급 회담도 못 할 이유가 없다”고 깜짝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2016년에도 경제 건설을 강조했지만 불과 6일 후 4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완성 단계”라며 취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압박했던 2017년에는 한반도가 ‘화염과 분노’의 긴장 국면으로 빠져들었다. 이듬해엔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고 협박하면서도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해 덕담을 해 대화 국면이 시작됐다.

4일 뒤 나올 예정인 내년도 북한 신년사가 주목된다. 올 연초엔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란 표현을 공개적으로 쓰는 서비스를 하면서도 미국을 향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놨는데 여전히 교착 상태인 북핵 회담을 어떻게 끌고 가겠다는 건지 궁금하다.

김의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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