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그 브라진스키 조지워싱턴대 교수가 지난 23일(현지시간) 워싱턴의 한 사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미국 내 대표적 지한파 학자인 브라진스키 교수는 “미국 내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관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그레그 브라진스키 조지워싱턴대 역사학(국제관계학) 교수는 북·미 갈등을 풀기 위해선 “북·미 양측이 작은 약속부터 이행하면서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의 도발이 이어질 경우 “가능성은 낮지만 북·미 사이에 군사적 충돌이 빚어질 위험은 항상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브라진스키 교수는 지난 8월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칼럼에서 “일본이 과거사 문제를 제대로 사과하지 않는 것이 한·일 갈등을 키우고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강조해 반향을 일으켰던 대표적 지한파 학자다. 브라진스키 교수를 지난 23일(현지시간) 워싱턴의 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북한이 ‘크리스마스 선물’ 경고 등 미국을 향해 도발 수위를 높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과의 협상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는 좌절감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대북 제재 완화·해제를 얻고 싶어 북·미 대화가 진행됐던 2년 동안 장거리미사일·핵실험을 유예했지만 아무 소득도 얻지 못했다. 하지만 미국도 북한과의 협상에서 좌절감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도발을 감행한다면 미국은 어떻게 대응할까.

“미국이 가진 옵션은 많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택할 수 있는 카드는 두 가지다. 북한의 도발에도 대화로 해법을 찾기 위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려고 노력할 가능성이 하나다. 다른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은 결국 믿을 수 없는 상대라는 것이 드러났으며 그들은 내 등에 칼을 찔렀다’면서 강경책을 취하는 것이다.”

-북한이 도발할 경우 대북 추가 제재가 필요할까.

“대북 제재는 지금도 매우 강력하다. 하지만 대북 제재로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얻어낸 것은 별로 없다. 그래서 추가 제재도 큰 역할을 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 게다가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안정보장이사회에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이 추가 대북 제재를 추진하면 중·러와의 마찰이 악화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현 시점에서 대북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제재 완화가 일시적으로 북한의 도발을 막을 순 있겠지만 북한을 비핵화로 이끄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북한의 도발로 인한 북·미 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 북한과 미국 모두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이 파멸적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인다면 긴장 고조는 불가피하다. 북·미 사이의 오해가 대규모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위험은 항상 존재한다.”

-미국 하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통과됐다. 탄핵 절차가 북·미 대화에 영향을 미칠까.

“탄핵 절차가 북·미 대화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탄핵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나는 탄핵보다는 11월 3일 실시될 미국 대선이 북·미 대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

-북한이 도발을 통해 미국 대선에 영향력을 미치려 할까.

“가능성은 낮다. 북한이 미국 대선에 개입하려 할 경우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불리하게 만들려는 의도로 도발할 가능성도 있으나 북한 입장에서 민주당으로부터도 원하는 선물을 얻어낼 가능성은 크지 않다. 물론 북한이 북·미 대화에서 주도권을 갖기 위해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올해 상반기 3차 북·미 정상회담이 현실화될 수 있을까.

“어려운 질문이지만 가능하리라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두 사람 모두 북·미 정상회담을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북한이 도발하면 성사 가능성이 높지 않겠지만 두 사람 모두 예측 불가능한 지도자여서 새로운 모멘텀이 형성되면 갑자기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할 수 있다.”

-북·미 대화가 교착 상태를 뛰어넘어 긴장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 비핵화 해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대화를 통한 북한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믿는다. 트럼프 행정부가 단계적인 해법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미 모두 지금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많은 것을 상대방으로부터 원하고 있다. 먼저 불신과 오해를 버리고, 관계 정상화를 위한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 북·미는 제한적인 약속의 이행을 통해 신뢰를 구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부 제재를 우선 해제한 뒤 북한이 합의를 위반하면 즉시 제재를 복원하는 ‘스냅백’ 방안도 첫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북한 비핵화는 동북아시아 안보 환경 변화의 마지막 단계에서 달성될 수 있다. 긴 과정과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북한은 지난 70년 동안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과 사실상 전쟁 상태에 있었다. 그래서 종전 선언이 필요하다. 미국은 더 이상 위협이 아니라는 사실을 북한이 믿게 해줘야 한다. 북한도 인내를 가지고 단계별 과정에서 미국과의 약속을 잘 지켜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하려는 것에 대한 생각은.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다른 동맹국들과 비교해 볼 때 한국은 이미 상당한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의 중요한 동맹이며 안보의 무임 승차자가 아니다. 제일 심각한 문제는 돈 때문에 동맹 간 신뢰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돈을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접근법에 대한 비판 목소리는 미국에서도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감축도 시사했는데.

“주한미군 감축은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 당장 미국 국방부가 감축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공화당과 민주당 대부분의 의원들은 당에 상관없이 감축을 반대한다. 주한미군은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을 억지하는 효과가 있다.”

-지소미아 연장과 방위비 분담금 문제로 한·미 관계가 위기를 겪었다. 한·미 관계 발전에 대해 조언을 한다면.

“한·미동맹이 북한의 위협이라는 안보 이슈에 국한돼서는 안 된다. 협력 분야를 늘려야 한다. 중국으로부터 오는 미세먼지나 기후변화 등 환경 문제와 사이버 안보 분야 등도 한·미가 협력할 수 있는 분야다.”

그레그 브라진스키 교수 약력

△애머스트대학
△위스콘신대 석사
△코넬대 역사학 박사

워싱턴=글·사진 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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