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취재는 쓸쓸한 죽음에 관한 이야기였다. 장례를 치러줄 연고자가 없어 홀로 죽은 ‘무연고 사망자’들의 생애를 조심스레 따라가 보았다. 지난 1월부터 11월까지 서울 내에서 무연고 사망으로 처리된 사람은 370명. 2달 넘게 취재하며 차곡차곡 쌓인 이들의 죽음 이면에는 가난이라는 문제가 짙게 드리워 있었다. 삶의 어느 시점엔가 빈곤이 침범했고, 그 때문에 가족과 단절된 채 홀로 죽음을 맞는 굴곡이 그들의 생애사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났다. 빈곤을 물려받은 가족들 역시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포기하고 있었다.

돈 때문에 장례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가족들의 빈자리는 ‘나눔과나눔’이라는 한 비영리단체가 메우고 있었다. 애초 일본강점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장례를 지원하기 위해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이 단체는 우리 사회가 보듬어야 할 죽음의 범위를 계속 확장해 왔다. 단체의 설립부터 함께한 박진옥 상임이사는 “돈이 없어서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채 화장되는 사람이 그렇게 많다는 걸 처음에는 몰랐다”고 말했다. 그렇게 2011년부터 지난 11월까지 나눔과나눔이 마지막 길을 배웅한 무연고 사망자(저소득 계층 장례지원 포함)는 1310명에 달한다.

단체는 삶만큼이나 존엄한 죽음에 관해 이야기한다. 박 이사는 “장례는 한 시대를 함께 산 사람에 대한 마지막 예의를 다하는 과정이다. 설령 그가 잘살았든 못 살았든 상관없이 우리가 함께 살았던 사람의 끝을 함께하고, 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단 죽은 이를 기리기 위해서만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무연고라고 해서, 쪽방에서 가난하게 사는 사람이라고 해서 사회가 버리는 게 아니라 그의 마지막까지도 존엄하게 챙기겠다는 사회적 연대의 약속이 될 것”이라고 했다. 외로운 죽음을 피할 길 없는 ‘산 자들’에게도 위로가 될 수 있단 얘기다.

그런 설명엔 무연고 사망을 단순히 개인과 가족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녹아 있다. 실제 무연고 사망자들의 생애를 추적해 보면 개인이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불가항력적인 외부 충격의 흔적들이 곳곳에서 목격된다. IMF 외환위기 때 실직이나 사업 실패로 빈곤의 나락으로 빠진 이들이 있었고, 산업재해로 노동할 수 없게 되면서 삶이 망가진 이들도 있었다. 애초 가난 때문에 배움을 포기했던 어떤 무연고 사망자는 죽을 때까지 허드렛일을 전전하다 빈곤을 벗어나지 못한 채 홀로 죽기도 했다.

사회적 이유로 빈곤을 피할 수 없었던 이들이 죽음까지 비참해선 안 된다는 게 박 이사의 생각이다. 죽음까지도 복지체계 내에서 지원하는 사회를 그린다. 적어도 돈이 없다는 이유로 가족의 장례까지 포기하지는 않도록 말이다. 이는 언젠가는 나눔과나눔 같은 단체가 할 일이 없어져야 한다는 말과도 같다. 그래서 이 단체의 비전 중 하나는 ‘30년 후 해체’다. 박 이사는 “원래 출산·육아나 치매·요양 같은 것도 개인과 가족의 문제였다. 30년 정도라면 죽음도 챙기는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산 사람 줄 돈도 없는데, 죽은 사람을 어떻게 챙기냐’는 얘기가 벌써 들리는 듯하다. 당장 실현하기엔 아직 먼 얘기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중에도 주변의 비참한 죽음을 자기 일인 양 그냥 넘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무연고 사망자 시리즈 기사에 등장하는 한 기초생활수급자는 평소 동생처럼 친하게 지내던 지인을 무연고 사망자로 만들지 않으려 직접 장례를 치러줬다. “길거리에서 아무렇게나 버려지지 않도록 해 달라”는 지인의 부탁을 그냥 넘길 수 없었다고 했다. 하룻밤 빈소를 차리니 230만원이 나왔다고 한다. 죽은 동생만큼이나 가난한 그는 자신이 받는 기초생활수급비에서 매달 10만~20만원씩 떼어 내 장례비를 나눠 갚고 있다.

기사가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독자가 메일 한 통을 보내왔다. 자신을 평범한 직장인이라 밝힌 독자는 자신의 기초생활수급비로 장례비를 내고 있다는 기사 속 인물을 조금이나마 돕고 싶다고 했다. 그는 나눔과나눔을 찾아 남은 장례비에 보탰으면 좋겠다며 50만원을 기부하고 갔다. 나눔과나눔은 기초생활수급자에게 돈을 그대로 전해주기로 했다. 아득해 보여도 이렇게 조금씩 세상은 나아지고 있다.

정현수 이슈&기획팀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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