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당뇨 진단 12살 나운양 인슐린 제때 못넣으면 위험 상황
보건교사 없어 몰래 홀로 주사 부담됐지만 자동주입장비 구입

연속혈당측정기·인슐린펌프 고가장비 구입 30%만 환자 부담 1인당 연간 최대 420만원 경감
전국 소아 당뇨 2만2984명


경북 구미에 사는 한나운(12)양은 올해 3월 ‘1형 당뇨(소아 당뇨)’를 진단받았다. 의사는 “혈당조절 호르몬인 인슐린이 나오긴 하는데, 기능을 잘 못한다”고 했다.

한양의 부모는 24시간 혈당을 재서 스마트폰으로 자동 전송해 주는 고가의 수입 연속혈당측정기를 구입해 팔뚝이나 배에 달고 학교를 다니게 했다.

혈당 측정 센서(전극)를 피부 밑에 삽입하고 있어야 해 활동에 제약이 따랐지만 매번 손끝 채혈로 혈당을 재는 것 보다는 나았다.

하지만 측정기의 송신기(센서 통해 측정된 혈당치를 수신기로 전송) 1개 값이 28만원으로 3개월 마다 새 것으로 바꿔줘야 해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 또 1형 당뇨는 식후나 간식을 먹은 뒤 인슐린을 꼭 넣어줘야 하는데, 제 때를 놓치면 고혈당이나 저혈당을 초래해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문제는 한양이 다니던 곳이 전교생 50여명의 작은 학교여서 인슐린 투여를 도와줄 보건교사나 투약 장소가 마땅히 갖춰져 있지 않았다는 점. 친구들에게 보이기 싫었던 아이는 화장실에 숨어서 몰래 인슐린 주사를 놓기도 했다.

부모는 결국 딸의 학교를 옮겼다. 다행히 전학간 곳은 큰 학교여서 보건실 등 투약 환경이 다소 나아졌다. 딸이 학교에서 힘겹게 인슐린을 투여하는 게 안쓰러웠던 부모는 지난 8월 인슐린 자동 주입 장비인 인슐린펌프를 구입해 몸에 부착케 했다. 장비 값은 260만원.

어머니 김병희(39)씨는 “3일마다 갈아줘야 하는 소모품인 인슐린 주사기, 주삿바늘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데 비싼 인슐린펌프 장비는 보험 지원을 받을 수 없어 아쉬웠다”고 했다.

한양 같은 1형 당뇨 환자와 가족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최신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펌프에 새해 1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정부는 2011년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1, 2형 당뇨와 임신성 당뇨 환자의 혈당 관리에 필요한 7가지 소모품(혈당측정 검사지, 채혈침, 인슐린주사기 및 주삿바늘, 인슐린펌프용 주사기 및 주삿바늘, 연속혈당측정기 센서)의 건강보험 지원을 단계적으로 늘려왔다.

특히 1형 당뇨 환자들은 그간 비용 부담이 컸던 혈당 관리기기까지 내년부터 건보혜택을 받게 돼 가계에 주름살이 다소 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인터넷 1형당뇨 환우카페인 ‘슈거트리’ 등에는 건강보험에 대한 문의 글들이 다수 올라왔다. 한 환자 가족은 “중2 아들이 먹는 거 좋아하고 운동을 싫어해 혈당 관리가 걱정이어서 2년간 고민해 왔다”며 “새해 1월 1일부터 인슐린펌프가 보험된다고 하니 추천 제품이나 초기 구입가 등 관련 정보가 궁금하다”는 글을 남겼다.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김미영 대표는 30일 “그간 비용 부담 때문에 인슐린펌프 사용 대신 불편해도 인슐린 주사를 직접 놓는 환자들이 적지 않았다”면서 “인슐린펌프의 건보 적용으로 처방많은 의료기관의 경우 내년 3월까지 예약 대기가 꽉 찬 걸로 안다. 특히 1형 당뇨 아이들은 방학기간에 처방받으려 많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하지만 인슐린펌프와 연속혈당측정기의 보험 적용 사실을 잘 모르거나 사용법이 어려워 이용을 꺼리는 경우도 많다”면서 “정부와 의료진의 적극적인 홍보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속혈당측정기는 혈당 측정 센서를 피부 밑에 부착해 실시간 혈당량 변화를 알려주는 기기다. 매번 손가락 끝에서 피를 뽑아 혈당치를 재지 않아도 돼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생활을 하는 아이들에게 특히 유용하다. 혈당 측정 센서와 이를 받아 수신기로 전달하는 송신기(트랜스미터)로 구성돼 있다.


센서는 지난 1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돼 기준 금액(1주 7만원) 혹은 기준액 미만일 경우 실 구입액 중 적은 금액의 70%(차상위는 100%)를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

내년 1월부터 고가의 송신기도 건보 혜택을 받게 되는데, 기준 금액(1년에 84만원)의 30%를 환자가 부담하면 된다. 3개월마다 한번씩 송신기를 교체해야 하는 제품(값 28만원)부터 사용 기간이 1년인 제품(100만원)까지 나와 있다.

인슐린펌프는 인슐린을 설정된 양대로 정해진 시간에 자동 주입해 주는 장비로, 인슐린 저장 주사기와 주삿바늘이 붙어있다. 두 가지 소모품은 지난해 8월부터 건보 적용이 이뤄졌고 새해부터 고가의 본체로 확대된다. 인슐린펌프 역시 보험 기준금액(5년간 170만원)의 30%를 환자 본인이 내면 된다.

현재 시중에는 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180만원(윌케어) 제품부터 인슐린펌프와 연속혈당측정기가 함께 붙어있는 600만원 첨단 제품(640G)까지 7개가 허가돼 있다.

2017년부터 2년간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와 1형 당뇨 어린이 지원책을 추진해온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기존 건보 지원이 되는 7개 소모성 재료를 포함해 내년 두 가지 혈당관리기기까지 급여화될 경우 당뇨 환자 1인당 연간 최대 420만원의 경제적 부담이 낮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1형당뇨병환우회 김미영 대표는 그러나 “혈당관리기기의 건보 혜택율이 70%라고 하는데, 각 기기의 기준금액이 실제 구입가보다 훨씬 낮게 책정돼 환자들이 체감하는 실제 지원율은 50%밖에 안된다”고 했다.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박철영 교수는 “1형 당뇨의 경우 특히 인슐린펌프 사용이 환자의 인슐린 직접 투여 보다 혈당 조절에 유리하다”면서 “최근 인슐린의 자동 주입 뿐 아니라 저혈당 위험을 미리 감지해 1시간 마다 알람(경고)해주고 혈당이 떨어지면 인슐린 주입이 자동으로 멈추는 첨단 제품도 나와 있는 만큼 선택폭이 넓어졌다. 의료진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고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등록돼 당뇨 소모품 등의 건강보험 급여를 받고있는 1형 당뇨 환자는 2만2984명(12월 27일 기준)이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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